원피스 28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는, 별로 예쁘지도 않은 그림에 뜻 모를 제목, 그리고 관심과 흥미 지수가 제로(0)에 가까웠던 '해적'이라는 소재 때문에 피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밤낮 하는 일이라곤 만화책을 읽는 것뿐인 사람에게 '골라 읽는 재미'는 언감생신 꿈에도 못 꿀 말이다. 그런 이유로, 12권이 나와있는 것을 보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지금은 '추천목록'에 들어간 책이 되어버렸다.

원피스는 단순한 스토리 구조에 비해 많은 등장인물을 식구로 가지고 있다. '악마의 열매' 중 하나인 '고무고무 열매'를 먹어 '능력자'가 된 밀짚모자 루피, 루피의 우상이자 그를 해적의 길로 이끈 '친구' 빨간머리 샹크스, 삼검류의 달인이며 한때 현상금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로, 아픈 과거와 천재적인 항해술을 자랑하는 나미, 무조건적인 레이디 사랑 정신과 훌륭한 요리솜씨 그리고 멋진 발차기를 선보이는 상디, 허풍에 살고 허풍에 죽지만 포격술이 뛰어난 우솝, 절대로 평범하다고는 말못할 사슴처럼 생긴(?) 선의(船醫) 쵸파. 샹크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여섯 명이 고잉메리호의 한 식구들이다.

평범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워낙 먼 선장 루피 부터, 이 배에 타고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평범'이라는 말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이들이기에, '평범'한 머리로는 생각도 못할 것들을 태연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만화의 최대 매력이고, 그리고 캐릭터들을 살아있게 하는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무방할 원피스는, '극화'적인 요소는 단 하나도 없다. 팔다리가 늘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몸이 토막 나서 돌아다니는가 하면, 고잉메리호의 해적들이 가고자 했고 드디어 진입한 '위대한 항로'자체가 비 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인 것들을 비웃으며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모험 만화'라고 할 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감동'만큼은, 근육맨들이 영웅심을 불사르는 극화 못지 않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잉메리호의 해적들은, 자신이 해적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며, 동료에 대한 신뢰와 꿈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비 정상적인 그 들을 가로막는 비 정상적인 적들. 뉘우치고 후회하는 적에게는 관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적들에게는 용서가 없다. 이것은, 그들이 정의의 사도인 히어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그들 자신의 믿음이고 의지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자랑스런 해적'이 되어 '꿈'을 찾는 그들. 인기의 비결은 한장 한장 넘기는 그 순간에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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