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를 위한 삼국지
정원기 엮음 / 청양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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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다. 이제 고등학교에 가려고 준비를 하는 중3짜리 어린 놈이다. 나보다 잘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놈임에도 불구하고 딱 하나 나를 앞지르는 것이 있다. 삼국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녀석이 읽은 책은 오로지 삼국지가 전부이다. 삼국지만 닳도록 읽은 놈이다. 그녀석을 위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다 줬다. 매니아를 위한 삼국지. 분명 내 동생은 매니아일 지도 모르기에 이 책을 읽게 한 것이다.

삼국지의 숨은 이야기만을 모아놓았다는 이 책은, 그러나 나 같은 평범한 삼국지의 팬에게는 제법 낯설다. 그럴 듯 하면서도 왠지 낯이 설어 유비네 3형제와 제갈공명이라는 잘 아는 인물들이 나와도 왠지 이름만 같은 동명 이인인 것 같다. 매니아인 동생은 제법 재미있게 읽은 듯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으려면 삼국지에 대한 빠삭한 상식을 어느정도 쌓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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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워보는 선물포장
YOUKARI MIKI 지음 / 종이나라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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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보다 비싸게 먹히는 선물 포장값이 아까워서 처음에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은 어느덧 취미처럼 굳어져 버렸다. 혼자서 꼼지락 거리는 것도 재미있지만 왠지 조잡함을 떨쳐버리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서 기초서적을 하나 사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고심을 하다 겨우 고른 책이 이 책이다.

제법 큰 판형에 사진과 그림을 다양하게 수록하여 이해가 쉽도록 돕는다. 총 63가지의 포장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캐러멜 포장같은 간단한 것에서 부터 원통형 포장이나 와인병 같은 까다로운 것들은 물론, 봉투를 이용한 포장이나 하다못해 종이컵등을 이용하는 것 까지 자세하게 나와있다. 더 어렵고 화려하고 많은 것들을 알려면 또 다른 책을 사서 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 나와있는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멋을 내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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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3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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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은, 내가 신뢰하는 잡지 씨네21에서 소개를 받아 읽은 작품이다. 동인지 계에서는, 연예계의 박경림 만큼이나 발이 넓어 왠만한 일본 만화 매니아들에겐 이미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의 이름은 앤티크이다. 하나에 5만엔을 호가하는 글래스가 냉수를 담는데 쓰이는 이 가게에는 네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후줄근하고 수염난 아저씨 사장 타치바나, 타치바나의 충복이지만 할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는 약간 덜덜어진 치카게, 시건방진 파티셰 견습생 에이지, 천재 파티셰 오노. 하지만 이 네사람은 다들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을 벗기는 것은 각자의 몫.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레시피 하나 하나가 엮이면서 만화는 처음의 옴니버스적인 느낌에서 하나의 완전한 구조를 이루게 된다. 치밀하고 촘촘하게 엮이는 이야기들은 잘 짜여진 견사를 만지는 느낌이다. 허술해 보이는 주인공들은, 사실은 각자 자신의 진면목을 따로 가진 사람들이고 그 진면목은 그들의 상처를 또 숨기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가져오는 큰 재미에서 부터, 촘촘하게 엮인 것들에서 느끼는 짜릿한 재미, 그리고 컷 하나하나 사이마다 들어있는 작은 재미까지!! 온갖 재미와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에만 느껴지는 작은 감동은 작가의 역량 뿐만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살아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독자를 주무르는 작가와 그 작가가 또다른 재미로 나를 점령하길 기대하는 독자. 나는 지금 앤티크에서 일어날 새로운 일들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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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10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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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진짜 장인이 가구를 만들면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도 아주 튼튼한 가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견고한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진 가구는 세대를 물려서 사용해도 좋다고 한다.
나오키상의 만화를 보면, 만화를 그리기 위해 태어난 천재라는 수식어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된다. 동의의 표현이다.

썩 멋지거나, 혹은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그림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오키상의 스토리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에는 누구든 앞도당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나오키상의 이야기에 매료되면 그 다음부터는 빠져 나올 수가 없다. 나오키상의 만화에는 그야말로 엑스트라가 없기 때문이다. 잠시 스쳐지나간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인물들은 본체를 드러낸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오는 사람 모두의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다. 앞에서 스쳐지나간 사람이라 기억을 못한다 해도 뒤에 그 사람이 다시 나오면, 스스로도 모르게 그 사람을 기억해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스쳐지나간 사람을 다시 주요한 인물로 불러내는 나오키상의 만화를 접하면 그때는 그야말로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대작 <몬스터>가 인간의 마음안에 들어있는 괴물을 끄집어 낸 것이라면 <20세기 소년>은 아직 아무것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없다. 표면상으로는 그저 악당 하나가 모든 일을 망치는 듯 보이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 처럼 이 것은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아니다. 아직 20세기 소년은 절반 밖에 오지 않은 느낌이다. '예언의 서'로 전반부가 끝났고, '신 예언의 서'로 이제 후반부가 시작되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두 파트로만 나뉘어 지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진짜는 맨 마지막에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오싹하리 만치 완벽한 스토리에 빠져 이 만화를, 그리고 나오키상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짜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연장전이다. 몬스터에 이어 또 다른 충격을 심어줄 그 무엇을 우리는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소년은, 이제 21세기의 초반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었인가를 요구 할 것이다. 과연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무엇을 화두로 끌어 낼 것인가? 긴장감이 섞인 기대감.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나는 나오키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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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랑전 10
야마하라 요시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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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의 고3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 역시 요즘 만화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하고 있다. 그러다가 만난 작품이 바로 용량전. 삼국지 매니아인 동생과 적당한 팬인 내게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고른 책인데, 처음의 신선한 맛이 권수를 더 해 갈수록 점점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천운의 상'을 가진 두 주인공이 후한의 난세로 가게 되면서 역사가 조금씩 뒤틀리고, 급기야는 두 주인공이 서로의 적군이 되어 만나게 생겼다. 후한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 시대를 배경으로 택한 것은 훌륭했다. 동양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바로 삼국지가 아닌가! 무협 만화로 분류시키기는 뭐하지만, 여학생들 보다는 남학생을 겨냥하는 만화이기 때문에 배경 선택은 훌륭했다. 작가 나름대로 역사서를 뒤지면서 했다는 느낌이 드는 인물들의 등장이나 전투도 그러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남자주인공 시로와 여자주인공 수미가 각각 유비와 조조의 편에 선다는 것 자체가 진부하다고 할 수 있다. 마치, '환상게임'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가 주작과 청룡으로 만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최근의 전개를 보면, 역사적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황상적인 모험담이라기 보다는, 역사를 무대로 시작하는 러브 로망이다. 만화에도 유행이 있다. 어느 때는 무협이 유행하고 또 어느때는 학원물이 유행한다. 러브 로망은 이미 9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것이다. 용랑전처럼 스케일이 큰 작품을 러브 로망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진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어떠한 전개와 또 어떤한 결말로 용랑전을 이끌지는 몰라도, 작가에게 자랑스럽고 독자에게 기억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삼국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미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상상력력을 담아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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