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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랑전 10
야마하라 요시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수능 후의 고3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 역시 요즘 만화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하고 있다. 그러다가 만난 작품이 바로 용량전. 삼국지 매니아인 동생과 적당한 팬인 내게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고른 책인데, 처음의 신선한 맛이 권수를 더 해 갈수록 점점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천운의 상'을 가진 두 주인공이 후한의 난세로 가게 되면서 역사가 조금씩 뒤틀리고, 급기야는 두 주인공이 서로의 적군이 되어 만나게 생겼다. 후한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 시대를 배경으로 택한 것은 훌륭했다. 동양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바로 삼국지가 아닌가! 무협 만화로 분류시키기는 뭐하지만, 여학생들 보다는 남학생을 겨냥하는 만화이기 때문에 배경 선택은 훌륭했다. 작가 나름대로 역사서를 뒤지면서 했다는 느낌이 드는 인물들의 등장이나 전투도 그러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남자주인공 시로와 여자주인공 수미가 각각 유비와 조조의 편에 선다는 것 자체가 진부하다고 할 수 있다. 마치, '환상게임'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가 주작과 청룡으로 만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최근의 전개를 보면, 역사적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황상적인 모험담이라기 보다는, 역사를 무대로 시작하는 러브 로망이다. 만화에도 유행이 있다. 어느 때는 무협이 유행하고 또 어느때는 학원물이 유행한다. 러브 로망은 이미 9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것이다. 용랑전처럼 스케일이 큰 작품을 러브 로망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진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어떠한 전개와 또 어떤한 결말로 용랑전을 이끌지는 몰라도, 작가에게 자랑스럽고 독자에게 기억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삼국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미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상상력력을 담아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