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사랑의 굴레 1
오사카베 마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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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이 너무나 멋있다고 생각했다. 스펙터클하고 촘촘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그러면서도 스케일이 큰 만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제목이었다. 이 얼마나 매력 있는 제목이던가! 무심히 빼어본 책은, 그 그림 역시 '그럴싸'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때만 해도 내가 이토록 후회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장담한다. 허무맹랑함이라든지, 여성의 소품화 같은 걸 떠나서 가장 근본적인 '재미'가 결여되어 있다.

만화란 것은 '재미'를 최상의 미덕으로 가져야 하는 예술이 아니었던가! 재미가 있다면 다소의 허무맹랑함과 우격다짐, 그리고 페미니즘에는 반하는 것이지만, 또 다소의 여성소품화 정도는 용서 해 줄 수 있다. 일정한 재미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런 단점들이 지적 당하지 않는 작가, 신조 마유를 보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거창하고 대단하여 서점 주인에게 민망하기까지 했던 제목을 여실히 배반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제목이 내용과 아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사랑'과 '굴레'는 몰라도 최소한 '욕망'에는 왠지 충실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욕망에만 충실했다라는 기분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혹시 모른다. 2권은 좀 나아졌을지. 그러나 감히 2권까지 도전할 용기가 현재는 없다. 이 책에서도 약간의 근친상간이 나오는데, 같은 소재를 사용한 백작 카인 시리즈와 비교하면 비교하는 것 자체로 유키 카오리상에게 죄의식을 느낀다. 백작 카인 시리즈가 근친상간을 탐미주의로까지 끌어 올렸던 것에 비해, 불행히도 이 책은 여전히 '욕망'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모험심이 강한 매니아에게 적합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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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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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터넷에서 만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고 읽게된 책이다. 취향이 비슷하고, 나름의 만화 보는 눈이 정확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서 굳게 믿었던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었다. 책은, 기대를 꺾지 않을 만큼, 아니 수작이라고 까지 평가하게 하는 그런 재미와 감동과 그리고 뭔지 모를 대단함이 숨어있었다.

이찌노세 카이는, 창녀의 아들이다. 그 창녀촌은 마을과는 좀 분리되어 있는데, 숲의 가장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창녀촌을 비롯하여 그렇고 그런 3류 인생, 아니 5류 인생들이 모여있는 '숲의 가장자리'출신인 카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창녀의 아들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자란다. 아마미아 슈우헤이는 카이의 유일한 친구이며 카이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카이와는 달리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아들로서 나름의 '명문'과도 같은 '유복'한 집에서 성장한, 도련님과도 같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피아노를 친다.

숲에 버려져 있던 낡은 그랜드 피아노를 치는 카이는,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삭히기도 하고 표현하기도 한다. 비록, 슈우헤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악보도 볼 줄 몰랐지만 말이다. 슈우헤이는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피아노를 친다. 뭐든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감정으로 악보를 해석해내는 카이와는 달리 슈우헤이는 악보에 정직하다. 정확한 음과 정확한 박자로 악보를 있는 그대로 읽어나간다. 여기까지, 간단한 설명이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읽어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카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천재'이고, 이와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슈우헤이는 분명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올린, 노력의 '천재'라는 것. 흡사 모차르트와 그를 질투하면서도 그의 피아노를 사랑했던 살리에르를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영화 아마데우스와는 달리, 여기에서의 모차르트 - 카이는 절망적인 상황을 아주 여러 번 맛본다.

태어나는 환경부터 시작하여 그 모든 것이. '고난'을 이겨내며 성장해 가는 카이와는 달리, 슈우헤이는 '고뇌'를 이겨내며 성장한다. 카이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과 질투, 그리고 자신의 피아노에 대한 애정과 음악에 대한 열정 등, 그 모든 것에서 고뇌를 느끼는 슈우헤이는 그러나 카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으로 삼는다. 그 모든 것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하여 그로부터 5년 -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벌써 9권을 읽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 책을 들춰 볼 때면 늘 지금 시작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성장이 아직도 한참인 것처럼 이 만화 역시 아직도 한참이기 때문이다.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조연들 역시, 두 주인공의 빛을 반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조금씩 빛을 내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흔해 빠진 '재능 있는 꼬마의 성장만화'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저 생각하고 듣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평가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유령의 소리라고 생각했던, 그 숲의 피아노 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감동을 눈물로 만들어 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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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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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했지만 생활은 고등학교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했는지도 모르겠다. 갓 입학한 새내기가 자발적으로 중앙도서관을 찾았던 것을 보면 말이다. 별 다른 목적 없이 갔었기 때문에 여기 저기 배회하며 돌아다니다, 정말 우연히 일본문학이 꽂혀있는 책장 앞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왔던 작가의 이름,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라는 작가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었지만 그 책은 하나도 읽지 않았었다. 왠지 모르게, 유명세를 타는 작가나 작품을 피하는 알지 못할 버릇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 날은 이상할 만큼 바나나라는 이름에 신경이 쓰이는 바람에 가장 짧고도 작은 책을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이 책 <하드보일드 하드 럭>이었다.

책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혹여나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책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되도록 짧은 책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 펼친 책은, 여하튼 끝까지 읽어야 하는 성격이니까. 책은 두개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는데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이 '하드보일드'였고 두 번째 이야기의 제목이 '하드럭'이었다. 담겨있는 소설의 제목 두 개를 붙여서 만들어낸 책의 제목. 작가의 필명만큼이나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드보일드'는, 하룻밤에 있었던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하룻밤 안에 지구를 구한다든지 운명이 바뀌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밤에 가까운 저녁부터 그 다음날 아침나절까지의 이야기. 여행을 위해 찾은 낮선 마을에서 떠올리게 되는 옛 연인, 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옛 사람에 대해 떠올리게 되는 생각들과 그에 적당히 어울리는 기묘한 분위기로 채워진 이야기다. 기묘한 분위기라고 했지만 그것은 일본 영화 '기묘한 이야기'에서 주는 미스터리한 그런 것이 아니다. 바나나의 문체와 아주 작고 별 것 아닌 것들이 풍기는 그런 것이다.

'하드럭'은 그 상황이 특이하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언니를 대하는 나의 마음 혹은 나의 상황에 대한 것이지만, 소재의 음울함이 그대로 이야기가 되지는 않는다. 바나나 소설의 특징이라 할 만한 '따뜻한 시선'이 여기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처음 접해본 바나나의 소설이었는데, 바나나 소설의 매력을 단편적이고 조금 강하게 맛본 느낌이라 내 선택에 자연스레 박수를 쳐주었다. 아마, 이제 슬슬 바나나에 빠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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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못말려 2
스가노 아키라. 니노미야 이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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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맑음의 후속편, 혹은 번외편 처럼 나온 책이라서 읽었다. 전편(혹은 본편)이었던 매일 맑음이 제법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이다. 매일 맑음의 두 인공, 타이가의 동생 마유미와 슈우의 양자(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아니다.) 유우타의 관계가 이야기의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 마유미는, 유우타의 신경을 미묘하게 건드리는, 조금은 특이한 생활을 하고 있다. 형들 앞에서는 온갖 어리광과 애교로 일관된 '어린애'의 모습이지만, 학교에서는 평범한 고등학생. 조금,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에 유우타는 묘할 정도로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여기에서 바로 '앗'하는 작은 말과 함께 앞으로의 전개를 눈치챈다. '인과응보'라는 말로, 한방에 정리되는 그런 상황! 뻔하지만 키득거리면서 계속 지켜보게 된다고나 할까..? '그런'사이로 발전되는, 그 결정적인 장면은 조금 야오이 스러웠지만,(정확히는 15금) 나머지는 소프트하게 넘어간다. 연인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런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런 관계로 발전 된 후의 여러 사건들이 더 유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매일 맑음을 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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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맑음! 2 - 완결
스가노 아키라.니노미야 이츠미 지음, 황윤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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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려 봤다가 결국에는 사 버린 책이다.'그런'장면이라고 할만한 것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야오이라고 할만한 책이었다. 남녀간의 러브스토리 대신에 두 남자의 러브스토리가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헤어진 뒤, 담당기자와 작가로 재회한 두 사람이지만 관계는 극히 공적이고 사무적이었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한 집에 살게 되고, 그러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드는 그런 내용이다. 원작자가 따로 있는 만화인데, 그 내용은 짧막하다.

방대하고 완벽한 스토리로 승부하는 여러 만화를 생각하면, 비록 재미는 있었지만 그 스토리에 많은 평점을 부여하기는 힘들고, 그림 역시 일본 만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예뻐 죽을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은 아주 평범한 그저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지만 전혀 아니다. 스토리와 그림을 떠나서, 이 책은 캐릭터의 매력으로 모든 결점을 무마시키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두명, 슈우와 타이가다. 타이가는 어려서 부터 가장의 역할을 해 온, 제법 듬직하고 괜찮은 남자라서 점수를 주고 싶기도 하지만, 진짜 매력은 타이가 보다는 슈우가 내뿜는 것 같다. 슈우는 쉽게 말해, 정을 잘 모르는 남자다. 부모에게 버려졌고, 조부모는 일찍 돌아가셨다. '혼자서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사람이지만, 사실은 '혼자인 것을 좋아하는'사람이 아니라 '혼자인것에 익숙해져 있는'사람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슈우의 영역에 당당히 들어선 것이 타이가였고, 거기에서 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슈우는, 자신의 글쓰는 재능을 말하는 타이가에게 '글을 쓰는 재능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늘 혼자였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글은 내 속에서 시작하여 끝나는, 혼자만의 유희'라는 말을 하면서.. 왠지, 공감가는 말이었다. 새침하지만 쓸쓸한 얼굴로 내뱉는 대사가 왠지 사람의 마음을 쿡 찌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으면서, 사람들이 자기가 들어와주길 원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불쌍하고도 안타까운 사람.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말초적 자극을 부르는 장면 없이도, 한편의 깔끔한 야오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런 것을 읽을 수 있었던 행운을 맛보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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