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맑음! 2 - 완결
스가노 아키라.니노미야 이츠미 지음, 황윤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려 봤다가 결국에는 사 버린 책이다.'그런'장면이라고 할만한 것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야오이라고 할만한 책이었다. 남녀간의 러브스토리 대신에 두 남자의 러브스토리가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헤어진 뒤, 담당기자와 작가로 재회한 두 사람이지만 관계는 극히 공적이고 사무적이었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한 집에 살게 되고, 그러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드는 그런 내용이다. 원작자가 따로 있는 만화인데, 그 내용은 짧막하다.

방대하고 완벽한 스토리로 승부하는 여러 만화를 생각하면, 비록 재미는 있었지만 그 스토리에 많은 평점을 부여하기는 힘들고, 그림 역시 일본 만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예뻐 죽을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은 아주 평범한 그저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지만 전혀 아니다. 스토리와 그림을 떠나서, 이 책은 캐릭터의 매력으로 모든 결점을 무마시키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두명, 슈우와 타이가다. 타이가는 어려서 부터 가장의 역할을 해 온, 제법 듬직하고 괜찮은 남자라서 점수를 주고 싶기도 하지만, 진짜 매력은 타이가 보다는 슈우가 내뿜는 것 같다. 슈우는 쉽게 말해, 정을 잘 모르는 남자다. 부모에게 버려졌고, 조부모는 일찍 돌아가셨다. '혼자서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사람이지만, 사실은 '혼자인 것을 좋아하는'사람이 아니라 '혼자인것에 익숙해져 있는'사람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슈우의 영역에 당당히 들어선 것이 타이가였고, 거기에서 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슈우는, 자신의 글쓰는 재능을 말하는 타이가에게 '글을 쓰는 재능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늘 혼자였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글은 내 속에서 시작하여 끝나는, 혼자만의 유희'라는 말을 하면서.. 왠지, 공감가는 말이었다. 새침하지만 쓸쓸한 얼굴로 내뱉는 대사가 왠지 사람의 마음을 쿡 찌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으면서, 사람들이 자기가 들어와주길 원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불쌍하고도 안타까운 사람.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말초적 자극을 부르는 장면 없이도, 한편의 깔끔한 야오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런 것을 읽을 수 있었던 행운을 맛보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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