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절판


그녀가 일어나 빈 캔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등에 대고 내가 말했다.
「우리는 아무 죽어도 헤어지지 못할 거야」
그녀가 부엌에서 손을 씻으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나도 한번 예언을 던저본 거야」
그녀가 웃으며 눈을 흘겼다.
볕이 탁자의 삼분의 일까지 들어와 있었다. 애들은 아직 안 들어왔어? 하고 물어보면 딱 좋을 것 같은, 조용한 오후였다.-204쪽

「여기 꽂혀 있는 책들, 다 읽은 거야?」
「아마」
「책들은 보니까 마치 너의 뇌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야」 사면에 꽂혀 있는 책들을 훑어보더니 그녀가 말했다.「네가 하는 말들은 거의 다 여기 있는 책들의 어느 한 문장에서 따온 거지?」「후훗」웃으며 물었다.「커피?」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책 많이 읽은 사람들은 본심을 알 수가 없어. 온통 남의 관점뿐이지. 아마 자기자신조차도 자기 본심을 모를거야. 그치?」
커피를 타며 반박했다.
「네 차림새나 화장도 마찬가지야. 패션 잡지와 백화점에 있는 상품들의 어느 한 코디에서 따온 것들이?아」
「그렇군. 프티부르주아와 인텔리겐치아. 그러고 보면 우린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그치?」-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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