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Mr. Know 세계문학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M.포스터에 대한 영문학의 평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모리스'와 '전망좋은 방'이 읽어본 전부라선가 싶어 기회되는 대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예정.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예전에 본 영화가 그리워서였다. 정작 영화가 한참 주목받던 무렵엔 시큰둥 하다가 5, 6년이 지난 어느날 TV에서 나오는 걸 보고는 '엇, 재미나잖아!' 했었다. 제임스 조이스와 헷갈려서 정작 원작 소설을 읽게 된 건 얼마 전이다(제임스 조이스의 난해함에 대한 무서운 이야길 하도 들어서).

기억 속의 조지는 좀 즉흥적이고 낭만적이고 젊음이 생생한 청년이었다. 웃음이 참 '싱그럽다'는 표현에 잘 어울린다는 인상이었고 주인공 루시의 남동생 프레디와도 싹싹하니 잘 어울리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정작 루시에 대해서는, 배역을 맡은 헬레나 본햄 카터를 안좋아해서 어떤 캐릭터였는지 기억도 안났다. (헬레나는 머리 크고 목이 짧잖아, 개그만화 같아서;;) 작은 물 웅덩이를 뛰어다니는 남정네들의 모습을 보며 유쾌함을 느꼈던 기억도 난다.

영화의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원작 소설을 읽으니 어라 싶은 게 한두군데가 아니다. 흐릿했던 루시양은 이제보니 주인공? 기억도 안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세실이 소설에선 금욕주의적인 우아한 청년? 그리고 활달한 인상의 조지는 정작 우중충 꾸리무리한 먹구름? 이거 참, 기억이란 자기가 인상깊은 것만 멋대로 조작해낸다니까.

소설은 영화만큼의 유쾌함이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해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영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었다. 루시를 바라볼 때의 조지 얼굴에 빛나는 생기가, 단순히 사랑에 빠진 청년이라서가 아니라는 것이나. 루시가 갈팡질팡 세실과 조지 사이를 오갔던 이유들. 세실과 루시 가족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 등등. 결국 소설을 읽고는 마음이 동해서 '전망좋은 방' DVD까지 구해 보았다. 원작 소설을 충실히 잘 살린 영화였고 결국 소설과 영화, 양쪽에 모두 뿌듯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쪽에선 역시 백미인, 물 웅덩이(신성한 연목) 사건에서의 조지나 프레디, 비브 목사까지 하여 우거진 덤불 숲 사이를 뛰노는 총각들 모습이 눈부시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원작에 충실하느라 여기에 끼지 않은 점이 유일한 아쉬움.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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