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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고 싶은 비밀 ㅣ 신나는 책읽기 5
황선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01년 12월
평점 :
어린 시절 이런 경험 한번씩들은 있었을 것이다. 구멍가게에서 알사탕을 하나 슬쩍 집어들었거나 부모님 지갑에서 슬쩍 지폐 한 장 꺼내들었거나 아니면 언니 오빠 돼지저금통 입구를 억지로 벌려 동전을 꺼냈거나. 그게 나쁜 일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번으로 그치지 못하고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걸려서 오지게도 맞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있다. 누구나 한번쯤 어린 시절 겪었을 일을 부모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는 마음, 자신이 잘못하고서도 종내는 주위 사람들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마음, 그리고 가족간의 미묘한 위치와 관계들. 막상 내 아이에게 생기면 하늘이 노래지는 듯 하고 눈 앞이 캄캄하니 아득해져 오는 일이다. 한번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가벼이 했다가 버릇이 들면 어쩌나도 싶고, 심하게 꾸짖었다가 아이가 가슴에 멍을 새기면 어쩌나도 싶을 일이다.
이 책은 가족이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을 거라 생각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놀란 마음을 추스리며 '쟤가 뭐가 될라 저러나'라는 넋두리같은 한숨을 거둘 수 있을 거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한 듯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며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부모님께 향한 괜한 원망도 가라앉을 거다. 설령 이런 경험이 없다해도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탐해본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이 아이의 마음에 들 것이다.
책의 서문부터 마음에 들어 읽기도 전에 마음에 들어버린 책.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카와 방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도란도란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귀여운 조카가 어떤 눈을 할런지, 마음에 응어리가 있다면, 그늘이 남아있다면, 조카가 털어버리고 밝은 마음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