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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연습
레너드 셰프.수전 에드미스턴 지음, 윤동준 옮김 / 생각의서재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화 끊기 도전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통한 상처를 주지 않는 연습을 하도록 도와 주고 있다. 한국인의 고유한 특성 중에 ‘화병’ 이라고 일컬어 지는 병이 있었다. 이 병은 공식적으로 병명으로 취급을 받았고 영문으로 [hwa-byung] 이라고 기입한다. 이 병의 특징은 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한 정신 질환이다.
예로부터 유교적 사회에서 억눌려 살아왔던 수 많은 여성, 어머니들이 남성들로부터 핍박, 고난, 차별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참아내는 바람에 가슴속에 큰 응어리가 있고 그것이 결국은 정신 질환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분노 조절’ 일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복&난폭 운전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운전 중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그 순간 화를 참지 못해 폭행으로 이어지는 사건을 말하는데 대략적으로 급정거, 급출발, 끼어들기 등으로 상대방 차량과의 마찰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 한다.
이 책에서도 서두에 주차장 비유로 시작을 한다. 꽉 찬 마트 앞 주차장에서 어느 차가 출발 하는 모습을 보고 가는 찰나 다른 차가 잽싸게 자신이 발견한 자리에 주차를 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으로 시작을 한다. 짜증하고 화나고 기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과연 이 둘은 무엇 때문에 이런 차이를 불러 일으켰으며 그 결과는 어떨지 책을 통해 하나씩 알아갈 수 있다.
우선 화라는 감정에 대해 알아야 한다. 화는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확실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중독성이 매우 강한 감정이기도 하다. 또한 화를 내지 않는 이들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부처의 가르침에 기초하여 화를 다스리는 방안을 제시 한다. 그렇다고 종교적인 색채를 통한 강요가 강한 책은 아니지만 기본 맥락은 불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부처의 가르침은 삶의 모든 어려움을 들여다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독자에게 인생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고 필요한 감정이긴 하지만 화는 파괴적인 감정이며 화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 화를 내는 것이 참는 것 보다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화에서 시작된 행동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증가 시켜 더 커지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화를 화로 대응하는 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이 후 상대방과 관계되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불교에서 깨어 있고 의식하라는 의미는 삶의 매 순간을 느끼고 집중하라는 것이다.
화는 파괴적인 감정이기에 몸과 정신의 건강을 모두 해친다. 사실에 바탕을 둔 뚜렷한 근거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악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매 순간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이 왜곡 없는 진실이다. 화를 내는 이유는 요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화를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요구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요구를 말하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이 알아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원하는 바를 말하지 않고 화를 일상 속에서 반복 해서 내고 있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입 밖에 내지 않은 요구들을 생각하고 당당히 요청하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결핍된 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관점만 가져도 상황은 즉시 개선된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화는 관계를 단절시키고 상처를 준다. 한 순간의 화가 평생을 이어온 우정을 망칠 수도 있고 오랜 세월을 노력해 쌓은 경력과 명성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화를 낸 당사자가 시간이 지나 안정을 찾았더라도 상대방과 주위에 흩뿌려놓은 화 에너지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인식하지 못한 내면의 화는 때때로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으로 나타난다. 불규칙적으로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 주변에 이런저런 사로가 자주 일어난다. 만성적인 우울감도 내면의 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화는 끊임없이 내면을 파고들고 자신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습관적인 비판은 틀림없이 결혼생활이나 친구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십상이다. 또한 반복적인 화를 낸다면 가정 생활에서 아이들은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화가 대개 죄로 인식되지만 동양에서는 화를 중독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탐욕, 망상과 더불어 고통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세 가지 악이라고 생각한다.
화를 불러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인정욕구, 자존심, 독립성, 존경, 명예, 질투가 있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화로 이어지기에 더욱더 집중해서 저 욕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확히 파악 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도로에서 운전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매너를 지킨다면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운전이 될 것이다. 단순히 교통흐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호의를 받은 상대방 운전자들의 삶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며 또 그들이 그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이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특히 운전을 통해 나오는 성격이 숨겨놨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할 만큼 폭력적으로 변하는 이들이 많기에 도로에서의 운전만 바뀌어도 화를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만약 누군가에게 자신에게 화를 내었다면 화를 돌려주어 공격성을 키우지 말라고 달라이 라마는 우리에게 조언을 한다. 그는 공격을 받았을 때 생겨나는 감정에 대처하는 법은 첫째 다른 사람의 화에 대응하지 말고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임을 강조한다. 또한 굳건하고 고요한 자세를 유지하면 때때로 공격자가 화를 내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이고 부적절한지를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공격자에게 바라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이성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를 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이 책의 저자는 그렇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 망상에 빠져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면서 상황을 달리 보는 노력을 통해 가능 하다고 한다. 만차인 주차장에서 겨우 찾은 빈 자리를 누군가 가로 챘다면 소가 와서 앉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대체 될 수 있음을 비유로 든다. 이러한 극단적인 비유가 현실에서 적용 될 수 있는 이유는 화를 내면 화를 낸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 그리고 더 나아가 제 3자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기에 화를 끊고 멀리 하라고 조언을 한다.
정이 많고 눈물이 많고 웃음이 많았던 한국인들이 점점 정이 사라지고 화만 남은 듯한 이 시대 속에서 한번쯤 이 책을 통해 도전 받고 깊이 고민하면 좋을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