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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키스 ㅣ 푸른도서관 80
유순희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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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과 사생의 차이
이 책은 한 소녀가 사생팬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2017년 정식으로 음원을 발매하여서 데뷔한 아이돌은 52팀이 있다. 대략 잡아 팀 당 5명이라고 한다고 해도 250명의 가수가 탄생했다. 이들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하지만 데뷔 이후 바로 사라지는 아이돌들 또한 셀 수가 없다.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가수를 꿈꾸는 것일까? H.O.T를 아이돌 1세대라고 부른다. 당시 고등학생으로 이뤄진 이 남성 그룹이 데뷔한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아이돌들의 데뷔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안무는 파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성 아이돌들 중 중학생이라는 나이에 데뷔하여 파격적인 노래 가사와 더불어 에로틱한 안무를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1위는 단연 연예인이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 되는 순간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 그렇기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연예인을 꿈꾸고 노력하고 있다. 순수하게 짝사랑하고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도 있지만 사생팬이라 불리는 팬도 있다. 여기서 사생팬이라는 뜻은 특정 인기연예인의 사생활,일거수일투족까지 알아내려고 밤낮없이 해당 연예인의 일상생활을 쫓아다니며 생활하는 극성팬을 지칭한 표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소라’ 라는 17살 소녀이다. 키가 작은 것이 콤플렉스인 소녀는 3명의 동생을 두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수학 선생님으로 재직하던 당시 학교 재단 비리를 밝히다가 쫓겨났다. 친구와 함께 무역을 하겠다고 혈혈단신으로 브라질 상파울루 일을 하고 있다. 가족들을 보지 못한 지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그녀의 어머니는 몸과 마음을 다쳐서 그런지 늘 아프고 막내 아들 녀석을 키우는 것도 힘겨워 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처지임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눈물병에 걸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방치 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가 생겼다. 바로 ‘현아’ 라는 학생이다. 그녀는 먼저 소라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고 자연스럽게 절친이 되었다. 현아는 남성 그룹 블랙을 좋아하는 극성팬이었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블랙의 노래를 듣다가 자신이 왕따를 당한 처지를 이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나서부터 열성적으로 쫓아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소라도 현아와 같이 블랙의 공연을 보러 방송국에 간다.
평소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소라는 블랙의 멤버 중 ‘시준’ 을 보고 나자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받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잠깐 브라질에 있었을 때 교회에서 본 남자아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가 문에 찧어서 이마를 7바늘이나 꿰맸다는 사실이 기억이 났다. 그녀는 시준의 이마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점점 더 가까이 접근 하게 된다.
블랙의 일 거수 일 투족을 꿰 뚫고 집에서 늘 말없이 기다리고 있던 짙은 화장을 하고 있는 ‘마녀’ 를 알게 된다. 마녀 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는 다른 팬들과 달리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가수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면서 소라와 친해지게 된다. 소라는 점점 시준의 이마를 가까이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불법으로 집에 침투하기도 하고 택시를 타고 쫓아가기도 하고 촬영장에 따라 가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위장을 꾸미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인인 인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세 번의 키스이다. 팬지라는 꽃에서 유래 하였다. 팬지라는 꽃은 원래는 흰색이다.
큐피드가 너무 예뻐서 뚫어지게 쳐다보다 키스를 해서 꽃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두 번째 키스를 하자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세 번째 키스를 하자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그래서 흰색이었던 꽃잎은 세 개의 빛깔이 한데 모인 지금의 팬지가 되었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걸 짝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짝사랑을 하는 이들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을까? 그것은 누가 정해주는 것일까? 연예인들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하는데 그 사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순수한 마음에 가까이서 얼굴을 더 보고 싶은 팬들을 극성팬, 사생팬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멀리 방송국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아닌 평소의 모습을 나만 보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타고 쫓아 다니는 것도 불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고 자동차 아래에 숨어 있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가까이서 보려고 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적인 행위가 명백하다. 사생팬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가수들을 끼어놓고 스스로 만족해 하고 즐거워 한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돈과 열정을 쏟는다. 22년 전 최고의 인기 그룹인 ‘서태지와 아이들’은 해체를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소녀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몇몇 팬들의 자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당시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수가 돌연 은퇴를 하면 상실감과 박탈감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인지하듯이 중독이 심한 만큼 치유가 되는 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일시적인 충격요법으로는 헤어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몸과 마음을 다 다쳐서 몇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집착의 대상을 찾은 ‘마녀’ 왕따를 당한 고통에서 헤어나와 사랑할 대상을 찾은 ‘현아’ 아버지의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무관심, 맏딸이라는 중압감으로 살아가다 혼자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소라’
이들의 내면을 보고 있으면 중독에 빠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기성세대들은 이들의 현재 행위만을 가지고 판단하고 재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우를 범한다. 이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거나 합리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선행 되어야 함에도 당장에 모습을 가지고 마치 전부인양 판단을 한다.
책은 흥미진진하게 아이돌에 무관심했던 한 소녀가 사생팬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사생팬에서 다시 일상적인 아이로 돌아오기까지도 현실적으로 나타낸다. 아이돌을 무척 좋아하여 일상의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학생들, 또는 그런 자녀를 둔 부모가 보면 좋은 책 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