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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에게
이혜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2월
평점 :



정찬 보다 더 맛있는 간식
이 책은 저자가 창세기를 묵상하면서 블로그에 쓴 글들을 묶은 책이다. 창세기[Genesis, 創世記]는 구약 성서 중 가장 먼저 위치해 있고 모세 5경이라고 불리는 책 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 이 세상이 태어난 기원을 설명하는 책이다. 하지만 창세기를 읽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천지창조에 관한 부분은 창세기 50장 중에서 불과 몇 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재철 목사님은 창세기를 ‘창가족기’라고 표현해야 옳지 않을까 라는 주장을 한적이 있다. 창세기에는 수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나오고 그들을 중심으로 가족들의 형성, 다툼, 배신, 전쟁이 끊임없이 나온다.
하나님이 흙으로 만든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를 비롯하여 아브라함과 이삭, 사라와 하갈, 에서와 야곱, 레아와 라헬, 요셉 을 비롯한 각종 인물과 소돔과 고모라, 노아의 방주 등 성경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이 아는 사건들이 끊임 없이 나온다.
수 천년 전 사건을 읽으면서 현대인들이 흔히 갖는 생각 중 하나는 저 당시의 문화적인 배경으로 이루어진 사건이 현재 나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다. 저자는 매일 창세기를 읽고 묵상을 하면서 자신이 현재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것, 또한 두 아들과 남편, 개척 교회에서의 목사로써의 직분, 그리고 그간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세기의 본문과 연관 되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큰 감동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신앙을 갖자마자 하루 아침에 삶이 360도 바뀌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마치 천천히 가랑비에 옷이 젖듯 바뀌는 사람이 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교회를 다니는 이들을 ‘모태신앙’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라고 성인이 되는 과정 가운데 교회에 대한 거부감은 없겠지만 뜨거운 열정과 마음을 갖기도 쉽지가 않다.
두 아들의 엄마로써 며느리를 맞이한 시어머니로써 남편을 둔 아내로써 개척 교회 목회자로써 다양한 삶을 공유하고 있기에 더욱더 폭 넓은 감성과 생각이 글들에서 묻어 나오고 있다. 딱딱한 신학적 용어의 나열이었다면 읽으면서 부담이 되었겠지만 흔히 보고 경험 할 수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쓴 일상의 언어가 특히 좋았다.
몇몇 문장들은 신앙을 가진 채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하루하루를 힘겹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인 듯 하여 아래에 옮겨 놨다. 이 책은 창세기를 처음 읽는 이들이나 창세기를 여러 번 읽었지만 신앙적인 관점으로만 읽고 있는 이들이 같이 보면 좋은 책인 듯하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가 보면 더욱더 좋은 책인 듯 하다.
“사회가 불안하고 우울해지면서 어느 순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그렇게 단정 지으면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지만 결과는 분노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사회적 분노가 일어나고 그로 인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인간의 욕심, 제도적 허점, 정의의 부재로 인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늘 진행 되고 있다. 이것을 조장하는 사람, 여기에 대항한 사람, 회피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결국 자신들의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살아간다. 사회의 불의가 개개인의 이기심과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애써야 하는 것도 나와 너, 우리의 책임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마음을 알게 하시려고 부모를 주셨을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자식이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다.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부모 때문에 자식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하고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것 역시 사랑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질긴 인연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성경적 관점에서 자녀는 나의 소유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갈 동안 나에게 맡겨 주신 하나님의 기업이다. 의학이 발달했지만 내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버리고 싶다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택이 아니라 순종이다.”
인상 깊은 구절들
『오랜 시간 종교 생활에 익숙해지고 사랑 없이 율법만 기준이 되면 선악의 기준이 강화되어 오히려 자신과 남을 죽인다』(23p)
『부르는 호칭대로 행동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25p)
『신앙인의 승리는 철저한 자기 비움에서 시작된다.』(74p)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회복되는 시간이다.』(79p)
『신앙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23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