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길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뚜벅뚜벅 걸어가자


이 책은 저자가 페이스북에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동사의 삶’에서 삶의 근본을 이야기 했다면 이 책은 더욱더 영역을 확장한 느낌이지만 크게 어렵게 구성 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인문학 강의를 하지만 대학을 마치지도 학위도 없기에 전문분야는 삶, ‘사는 이야기’이라고 하며 전공은 가난이고 소외이며, 좌절과 절망에 몸서리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얘기하기에 저자를 가르쳐 실천인문학이라고 불리는 듯 하다. 그렇기에 이 글들은 하나하나가 어려운 용어나 난해한 구절도 되어 있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읽고 크게 감동하고 많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 되어 있다.


저자는 뚜벅뚜벅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 감정들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풀어서 쓰고 있다. 명색이 베스트셀러인 최영미 시인이 생활보조금 받는다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작가로만 살아가는 것이 척박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저자는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몰랐던 부분을 지적함과 동시에 자신의 민낯을 과감히 보여준다. 작가들의 평균 연봉 214만원이다. 월이 아닌 연봉이 214만원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저자는 본인이 10년동안 6권의 책을 출판하면서 인세수입을 다 합쳐도 1500만원~2000만원사이 임을 밝힌다. 즉, 작가가 책을 팔아서만 생활이 불가능 하다. 그렇기에 수 많은 작가들은 글 쓰는 일인 본업을 유지 하기 위해 부업을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강의와 강사가 있다.


저자는 연 200여 회 강의를 하지만 실제로는 큰 돈을 벌지 못한다. 왜냐하면 예산 없다 하면 강사비를 반납하고 강좌 중단해야 한다 하면 강사비 없이 강의 하고 예산 없어 교재(책) 못 산다 하면 빚내서 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출판계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이고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여건이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따라 말 없이 걷는 소처럼 저자는 묵묵히 현실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후배나 제자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강사비에 신음하고 있는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도움은커녕 지지발언 한마디 하지 않는 교수가 밖에 나가서는 진보인사로 불리며 ‘노동’을 부르짖는 경우에 대해선 일갈을 가한다.


2017년 10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집단으로 무릎을 꿇은 사건과 서독 총리인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을 비교한다. 과연 누가 무릎을 꿇게 했고 이러한 행위를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공감과 위로가 심금을 울린다.


각종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그 사건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양극단으로 갈려서 서로 물고 뜯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럴 때 저자는 더 폭 넓은 관점으로 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대표적으로 서민 교수 사건이 있다. 진보적인 인사라고 평가 받던 서민 교수는 문빠가 미쳤다라는 글을 통해 진보진영에게 큰 충격을 줌과 동시에 이전에 있던 일까지 꺼내서 호된 공격을 받았다. 저자는 누구나 흠결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흠결은 하나의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을 하면서 이전에 썼던 글과 말을 통해 그 사람의 현재를 매도하는 행위는 그만 둬야 한다고 한다. 이낙연 총리가 전남지사를 역임하고 현재 국무총리를 지내고 있지만 예전에 전두환을 찬양했던 사실에 대한 언급을 같이 했다. 


이 밖에 세월호 사건, 부산여중생 폭행사건, 4차 산업 혁명, 촛불 집회 등에 대해 일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보는 글들을 있어서 흥미롭고 다채로웠다. 그리고 자신도 페이스북에 글을 매일 쓰는 입장이지만 누군가에서 지지를 받고 관심을 받고 싶은 이들에게 페이스북으로 소통 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결국 먼저 찾아가서 관심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저자의 글들에는 송곳 같거나 혹은 가슴을 크게 울리게 하는 문장들이 상당수 있다. 수 많은 책들이 인용이 되지만 거기에 살을 보태거나 경험이 더해지니 울림이 클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몇몇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죽음이란 모퉁이를 돌아 갑자기 들이닥치는 기차 같은 것’, ‘삶이란 무지를 해쳐나가는 끝없는 배움의 과정이고 실수를 되풀이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마음 공부, 인간 공부를 해야 한다.’ ‘견디다’는 바깥에서 온 것에 대한 인내를 뜻하는 말, ‘참다’는 안에서 생겨난 것에 대한 인내를 뜻하는 말’, ‘진정한 배려는 무조건적인 칭찬이 아니라 ‘인정’과 ‘지지’, ‘고통은 피하지 말고 마주할 것, 맹목적인 긍정은 경계할 것, 진정한 배려는 무조건적인 칭찬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 ‘마당은 담론의 장’, ‘행운과 불행은 한 몸이다.’ 


이러한 문장들은 각각의 글들에서 따온 것들인데 이 것만 읽어도 저자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다. 


2017년 성인 중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40%를 넘었다. 즉, 사람들은 점점 책을 멀리하고 다른 매체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 때에 저자는 본인도 다독을 하지만 최악의 독자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읽은 척, 아는 체 하기에 바쁜 사람이라 하면서 하나의 정보를 알기 위해 다양하고 폭넓게 읽는 것, 그게 바로 최선의 독서임을 밝힌다. 


이 책에 나온 수 많은 책들의 인용문을 보고 있자면 저자의 독서의 끝이 궁금해진다. 저자는 어느 날 농부의 글을 읽다가 생텍쥐페리와 신영복의 글까지 이어진다. 이것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면 서로 닮기 마련이라는 진리를 깨닫는다. 곧, 깊은 생각은 한곳에 모이는 것이다. 자연과 대지의 생명력, 인간의 사랑이 깊어지면 그것은 종내 하나로 연결된다. 농부도 결국은 위대한 작가와 같은 반열의 생각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인생이라는 숲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첫 번째는 기본 생활을 위한 일 혹은 직업이라는 나무

두 번째는 생활을 위한 일 외에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로서의 나무

세 번째는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네트워크라는 나무


더 많이 움켜주려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더 풍족함을 누리려고 발버둥 쳐야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이 때에 저자의 삶과 글은 우리에게 그것만이 진정한 답, 삶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비록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수 많은 이들과 책을 읽고 같이 교감하고 공유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인위적이거나 도시적인 냄새가 아닌 시골의 정겨운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듯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철 없는 아들을 자처하는 저자의 새로운 글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 책은 잠시 숨을 고르고 타인의 삶에 귀를 기울여서 큰 힘을 얻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 


마지막으로 최준영의 내 인생의 책 5권

①헤르만 헤세 <데미안>

②조영래 <전태일 평전>

③김진숙 <소금꽃 나무>

④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⑤존 윌리엄스 <스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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