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가 가르쳐 준 것 푸르메그림책 3
허은미 지음, 노준구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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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를 둔 가족 이야기


이 책은 뇌병변 장애우 남동생을 둔 누나의 이야기다. 이 책의 화자는 찬이 누나다. 남동생 찬이는 뇌병변 장애인이다. 뇌병변장애 [腦病變障碍, brain lesions] 즉, 뇌성마비,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腦卒中)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하여 발생한 신체적 장애를 말한다.


찬이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혼자서는 서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오줌도 못 가린다. 모기가 물어도 긁지를 못한다. 성한 아이 같으면 책도 읽을 나이지만 찬이는 '엄마' 라는 말도 못한다. 엄마는 찬이를 앉히고 눕히고 일으키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팔다리가 굳지 않게 운동 시키고 물리 치료에 인지 치료, 놀이치료를 하러 다니느라 엄마는 하루하루가 바쁘고 고단하다.


사람들은 찬이를 보고 쯧쯧 거리며 혀를 차고 찬이 엄마에게 무슨 낙으로 사는지 근심 어린 눈으로 묻는다. 하지만 엄마는 하하하 웃으면 대답한다. 찬이와 함께 자고 눈뜨고 숨 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엄마는 눈물이 많아졌다. 찬이를 안고 차에 태우고 내려야 하기 때문에 힘이 엄청 세졌다. 엘리베이터나 공공 장소에서 휠체어는 자리를 많이 차지 하기에 수 많은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지만 엄마는 배운 것이 많다고 한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고 천천히 세상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찬이 덕분에 어려울 땐 가족이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다. 


엄마로 인해 찬이 누나도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란 걸 배웠다.


이 책은 장애우를 둔 가족이라면 크게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재단하고 평가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러한 습성으로 인해 타인의 아픔을 빨리 공감하고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화살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향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에 장애우가 승하차시 조금만 지체되면 어김없이 큰 소리가 나온다. 그러한 소리는 대부분 모멸감이 가득 담긴 비난인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장애우를 둔 가족은 점점 외출을 멀리하고 집에만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장애(障礙)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라고 나와있다. 이렇듯 누군가는 태어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후천적인 사고를 거쳐 생길 수 있기에 불편한 것이지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서는 장애라는 표현을 장난 삼아 쓰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또한 기성세대는 마치 전염병에 걸린 사람처럼 장애우를 바라보고 대우하는 모습도 보인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젊은 세대든, 기성 세대든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무심히 던진 독화살 같은 말과 표현과 행동은 장애를 가진 이와 가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몇 해전부터 유행하던 말 중에 ‘암 걸리겠다’라는 말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답답한 경기나 상황을 빗대서 한 말이지만 그 말을 보고 듣는 투병중인 암 환우나 가족들에는 황망하기 그지 없는 말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에 나온 찬이 엄마의 의연하고 감사해 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자주 눈물을 흘리고 사람들에게 눈치를 보고 힘에 부치는 모습이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호상이란 없다. 아무리 무병장수하여서 천수를 누린다고 해도 부모를 잃은 자식에게는 영원한 이별이 기쁠 수가 없다. 이렇듯 타인이 보기에는 절망 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지라도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고 만족해하며 행복해 하는 이들이 있기에 장애우를 가진 이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줄 수 없을지언정 어줍잖은 동정과 훈계의 눈빛은 거둬야 할 때가 된 거 같다. 


이 책은 장애우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장애우를 가진 가족들은 어떠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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