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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와 오복이 ㅣ 큰곰자리 37
김중미 지음, 한지선 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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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살만한 세상
이 책은 아이들에게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한 김중미 작가이다. 작가는 말미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이기적이고 미숙한 모습이 슬펐는데 참사 2주기에 올린 인형극인 ‘차복 이야기’를 보고 누군가 책으로 출판을 권유 하여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의 주인공은 행운이와 오복이다. 행운이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고 행운이 동생인 행복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오복이는 부모님을 여의고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행운&행복이 아빠는 천성적으로 마음이 착한 사람이다. 행운&행복이 할아버지 또한 마음이 착한 사람이다. 할아버지는 부모를 여의 고모를 친딸처럼 키웠다. 행운이 아빠도 오복이를 자식으로 받아 들인다. 이 책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중산층으로 살던 행운이네는 경기 침체로 인한 정리 해고로 은행원에서 자영업자가 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업을 하지만 끝내 실패를 하고 결국은 부부는 별거를 시작하면서 각각 한 명의 자식을 데리고 살기 시작한다. 행운이 아빠는 밤샘 작업을 하는 물류 센터에 취업을 하고 낮에는 퀵 서비스 배달일을 한다. 행운이 엄마는 강남에서 행복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무모한 투자를 서슴지 않는다. 행운이 아빠는 사고를 당하고 오복이 할머니도 치매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다. 이를 계기로 오복이는 행운이와 같은 집에 살게 된다. 그리고 행운이는 오복이의 숨겨진 재능과 그 동안의 삶에 대해 듣고 자신이 오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동네에 성실하게 착실하게 살아가는 기수, 익수형들도 알게 되고 그들의 사연도 접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행운이 아빠는 푸드 트럭으로 재기를 시작하고 직장을 잃은 기수에게 손을 내민다. 옥황상제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행운이는 직접 보고나자 믿게 되었고 공덕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엄마와 함께 살던 행복이도 결국은 아빠와 행복이와 오복이와 같은 집에서 살게 되고 행운이는 엄마도 자신과 같은 행복을 느끼기를 바라며 기다린다.
이 책에서 몇몇 사회적인 문제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가슴이 너무 아팠고 때론 눈물이 났고 어느 부분에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너무나 적나라한 묘사와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길 건너에 있는 학교에는 임대 아파트와 빌라에 사는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기에 아파트 단지 엄마들이 아이들을 길 건너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데모를 했다는 글을 읽고 있으면 저건 상상 속의 일이 아닌 현실 속에서 엄연한 사실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사람들은 그 외 지역에 사람들을 차별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 비단 강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양시 일산구에 사는 사람들, 인천시 연수구 송도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사람들 등등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적 특수성을 마치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로 착각하는 발언이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만 사람들은 비난을 하면서도 수긍을 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기도 한다.
몇 년전부터 대두 되어온 고독사를 언급한다. 돌봐주는 사람 없이 기초 생활 수급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인연을 끊고 살아가는 자식이 있으면 바로 생활 수급자에서 탈락이 되거나 금액이 대폭 줄어든다. 반면 외제차를 몰고 넓은 아파트에 살지만 명의를 바꿔서 수급자가 된 이들의 소식도 종종 들리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차별, 편견, 선입관등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사는 곳, 평수, 부모의 직업을 통해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오복이에게 맛 없는 반찬을 왕창 주면서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아이의 모습, 그리고 그러한 대우에 대해 어떠한 항의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오복이, 이러한 차별에 대해 담임 선생님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 등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낱 희망은 행운이 아버지의 일관된 모습이다. 자신의 배다른 동생의 선택에 진심으로 기뻐해주며 생면부지 아이인 오복이를 자식으로 받아 들이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년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살 집을 마련해주는 모습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선사한다.
병원 침실에서 잠을 자다가 실수로 옥황상제를 본 행운이는 여러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을 통해 그 동안 막혀있던 것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현실로 돌아오지만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일관된 모습이 결국은 은행에서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빌려준 후배에게 돈을 돌려 받고 그 돈으로 푸드 트럭을 시작하였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 우연히 길을 잃고 잘못간 곳에서 심정지를 일으킨 사람을 도와주는 바람에 그 사람의 도움으로 공단 주유소 옆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장사가 잘 되지만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 나머지 실직중인 기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기수는 새로운 직장이 생기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익수는 현재의 슈퍼 일을 그만 둘 수 없기에 나중을 기약하면서 제빵 기술을 익힌다. 선한 사람, 착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지는 못해도 실패하거나 낙오되지 않는 사회가 언제쯤 실현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 질수록 세상은 살만이 날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공부, 돈, 직장이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고 어른들에게는 무엇인 진정한 행복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