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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마마 무치 ㅣ 튼튼한 나무 26
프라우케 앙겔 지음, 야나 피샹 그림, 이기숙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아홉살 인생 렐리오
이 책은 아홉살 렐리오를 통해 삶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홉 살 ‘렐리오’이다. 렐리오는 한살일 때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둘이서 산다. 아빠인 ‘군나르’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요즘들어 기분이 매우 오락가락한다. 렐리오에게는 기젤라 고모가 있다. 고모는 1년에 두 번 렐리오를 방문하고 선물을 잔뜩 사준다. 고모는 아픈 고모부를 돌보고 있다. 고모네는 아기가 없기 때문에 마치 렐리오를 통해 자식놀이를 하는 듯하다. 군나르에게는 친구가 있는데 ‘게르트 아저씨’이다. 이 아저씨는 나쁜 일을 많이 한다. 이 아저씨가 사는 낡은 임대 아파트에는 ‘마릴린’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렐리오의 유일한 친구이다. 렐리오가 사는 맞은 편에는 ‘마마 무치’라는 규조류 연구가가 살고 있고 있다. 렐리오는 어느 날 길을 걷다 바람에 날리는 양말과 속옷을 붙잡았다. 그 양말과 속옷의 주인공은 마마 무치였다. 이것을 계기로 렐리오는 마마 무치와 친해진다. 렐리오는 자기의 돼지 저금통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빠의 기분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집세가 밀려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모는 이번 성탄절에 오지 못하기에 미리 와서 렐리오와 군나르에게 거금을 주면서 선물을 사라고 한다. 다음 날 렐리오가 받은 돈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마마 무치가 언제든 놀러오라고 한 집 열쇠도 사라져 버렸다. 렐리오는 마마 무치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한다. 마마 무치는 렐리오에게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기철 작가의 <아홉살 인생>이라는 소설이 자꾸만 떠올랐다. 힘들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과 이 책은 상당부분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렐리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노력을 한다. 1년에 한번씩 가던 바닷가를 가지 못하지만 속상해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놀이동산을 가려다가 무산이 되었지만 씩씩하게 티를 내지 않는다. 아빠가 엄마 기일에 너무나 슬퍼 하기에 말없이 아빠의 기분이 좋아질때까지 기다려준다. 아빠가 게르트 아저씨를 통해 나쁜 짓을 한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다.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은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지만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가슴 따뜻함은 렐리오를 통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나쁜 말을 하는 ‘골다머 아주머니’와 마약과 매춘을 하는 ‘게르트 아저씨’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는 빠져 있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나쁜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 ‘마마 무치’를 통해 아직은 정이 있고 살아갈 세상임을 보여준다. 마마 무치는 렐리오에게 다그치거나 사실여부를 추궁하지 않고 말 없이 안아준다. 그리고 기다려준다. 또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상 생활에 숨어있는 의인이나 영웅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홉살인 렐리오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임은 분명하지만 그를 도와주는 손길이 있기에 희망을 놓칠 순 없다. 아빠에게 이상한 냄새가 나고 환각 증상이 보였지만 렐리오는 아빠를 사랑하기에 재활을 기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가족 불화가 낳는 아픔을 잘 묘사하였지만 극복 할 수 있음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