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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하자! ㅣ 푸른도서관 79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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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을 이해 해보자
이 책은 10대들의 심리를 다룬 멋진 청소년 문학이다. 책은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은 별개이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연관이 되어있다. 청소년 문학은 자칫 훈계나 미화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뚜렷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여지를 남겨둔다. 이 단편들의 주인공들은 중고등학생들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또한 꿈을 꾸는 이도 있고 방황을 하는 이도 있다. 10대들을 향한 여러 조언과 충고가 있지만 그들의 실정과 동떨어진 것들도 많이 있다.
수학선생님과의 마찰을 통해 1인 시위를 하는 한의지의 모습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나수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공신력에 대한 불신을 경험하고 나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와 바다로 무작정 떠나는 서해밀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꿨지만 고3이 되어서 고백한 장남을 응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무슨 답을 할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한의지, 공태오, 공나래, 나수현, 차강주, 해밀, 나재현등 다양한 인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1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 「사과를 주세요」는 수학선생님은 한의지에게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노란 리본을 떼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의지는 리본은 애도의 권리라고 대꾸한다. 이에 수학선생님은 막말로 대응을 한다. 결국 의지는 수학선생님에 대한 사과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학교 정문에 선다. 그 모습을 본 태오는 의지 몰래 인터넷에 ‘태성고 사과녀’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올리자 일파만파 사진이 퍼지면서 결국 만 사흘만에 수학선생님은 여론과 교장선생님의 압박에 못 이겨 사과를 하지만 의지는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진짜 사과를 받고 싶어 한다. 이 단편에서 0교시 자율 학습을 대체하는 교내방송을 하면서 선생님들이 학교에 생긴 불미스러운 일로 회의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태오는 휴대폰으로 불미스럽다라는 단어를 검색한다. ‘불미스럽다’의 사전적 뜻은 ‘아름답지 못하고 추잡한 데가 있다’라고 나온다. 이 한 단어가 현재의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10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단어인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노란 리본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데 2014년 4월 16일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에 대해 지겹다라는 표현으로 애도하고 싶은 이들을 묵살하려는 시도는 아이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죽든 말든 공부만 하라는 소리로 들릴 위험성을 보여준다. 무한 경쟁속에서 지쳐가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가르쳐야 할 학교가 오히려 외면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에 소설이지만 현실 속 사건을 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데이트하자!」는 단순히 14살 ‘공나래’라는 소녀가 18살 ‘나수현’이라는 고등학생을 좋아하는 소설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숨겨진 주인공은 바로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수현이의 할머니다. 나래는 수현오빠와의 우연한 만남을 기획한다. 바로 이종 사촌인 서이유 언니에게 수현의 주말 동선을 파악한다. 수현은 매주 토요일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나래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수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수현은 오지 않고 일흔살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나래에게 다가와 데이트 하자라고 이야기 한다. 무료했고 더욱더 극적인 만남으로 보이고 싶은 나래는 할머니와 함께 배드민턴도 치고 직접 싸온 도시락도 먹는다. 이유는 수현에게 지금 공원에 이상한 할머니한테 자신의 조카가 붙잡혀 있다고 이야기를 하자 수현은 자신의 할머니임을 직감하고 공원으로 달려간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창피했던 수현은 나래에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지만 끝내 자신의 할머니임을 밝힌다. 할머니는 바지에 똥을 싼 것도 모른 채 마냥 나래와 즐겁게 놀고 싶어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수현은 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간다. 그리고 수현은 나래와 데이트를 약속한다. 문재인 대통령 보건복지 공약1호는 일명 치매국가책임제로써 국가가 치매환자를 책임 지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치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만 아직도 인식의 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을 10대들의 사랑 이야기에 포함을 시켜서 외면할 수 없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하는 독자의 능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공권력에 실망해서 가출을 한 서해밀은 쌍둥이 누나인 서이유의 권유를 통해서 다시 집으로 오는 이야기, 고3이 되어서 배우의 길을 접어 들겠다고 하자 부모의 반대로 인해 고민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된 나재현 이야기
주변에서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어릴 적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더 큰 꿈을 꾸고 더 많은 상상을 하면서 자라길 바란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입시 전쟁은 시작이 된다. 더 많은 학원을 보내서 더 많은 점수를 받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서기를 바란다. 아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바라고 기대하는지 묻고 기다릴 여유가 없다. 선생님에게 1인 시위를 하는 학생의 모습에 용기와 격려를 보내야 하는지 비난과 조소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대입이라는 큰 시험 앞에서 배우라는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한 고3 장남에게 어떠한 말을 해야 할까? 쉽지만은 않은 문제들이지만 아이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와 학교,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많이 있는 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