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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불이야 ㅣ 튼튼곰 6
한은영 / 책읽는곰 / 2018년 1월
평점 :



내 아이 애착 물건을 대하는 방법
이 책은 애착 물건에 대한 이야기다. 한 아이의 애착 물건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애착 관계가 해결 되는 것을 보여주는 동화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재아의 단짝인 분홍이다. 분홍이는 재아가 덮고 자는 이불이다. 분홍이는 엄마 얼굴처럼 보들보들하고 할머니 품처럼 포근포근 하다. 재아는 놀 때도, 밥 먹을 때도, 졸릴 때도, 외출 할 때도 항상 분홍이와 함께 해야 한다. 엄마한테 잔뜩 야단맞았을 때도, 캄캄한 밤에 혼자 눈을 떴을 때도, 열이 펄펄 나서 힘들 때도, 분홍이만 있으면 괜찮다. 재아는 인형들과 함께 공주님 소풍 놀이를 하다가 주스를 분홍이에게 엎지르고 만다. 엄마가 세탁기에 넣기 전에 얼른 숨기기로 한다. 그때 엄마가 재아 방에 들어와서 얼룩덜룩해진 분홍이를 보자 세탁을 하자고 한다. 길고 긴 시간이 끝나고 세탁을 마친 분홍이는 발코니에서 널어놓았다. 축축하기에 오늘은 분홍이가 없이 자야 한다. 다음날 아침 재아는 눈을 뜨자마자 발코니로 가보니 분홍이가 사라져 버렸다. 엄마가 깜빡하고 창문을 열어 놔서 바람에 날라가 버린 것이다. 재아는 엄마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와 주차장, 화단 쓰레기통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화단 구석에 분홍이가 떨어져 있었다. 분홍이 위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고물거리며 엄마 젖을 먹고 있었다. 아기 고양이들이 젖을 먹고 있어서 다시 와보기로 하고 집으로 왔지만 재아는 온통 분홍이 생각뿐이었다. 인형 놀이도 재미 없고 간식도 먹고 싶지 않았다. 다시 분홍이를 찾으러 화단으로 간 재아는 엄마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아기 고양이들이 분홍이 위에서 뒹굴거리며 얼굴을 문지르고 몸을 비벼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 모습을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재아는 엄마에게 분홍이를 아기 고양이들한테 양보하기로 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애착 물건 이라고 해서 아이들은 자라면서 유독 한 가지 물건에 집착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재아처럼 이불인 아이도 있고 장난감인 아이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물건인 아이도 있다. 이러한 행동은 대부분 지극히 정상이다. 오히려 이것이 창의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애착 대상을 통해 상상 놀이를 마음껏 펼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애착 대상을 지녔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예술적인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연구도 있다. 특정 사물에 대한 집착은 만3~4세쯤 대부분 없어진다. 어린이집&유치원 같은 집단생활을 하는 동안 친구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도 하고, 애착을 느낄 만한 대상이 점점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집착이 줄어든다. 하지만 만 5세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아이가 특정 사물에 집착할 때 최악의 반응은 그 행동을 비난하거나 물건을 빼앗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꾸짖거나 벌을 주면 자존감만 약해질 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잊혀질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함부로 치웠다가 역효과를 일이키는 경우도 많다. 단계를 밟아 서서히 애착 대상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가 왜 그 물건에 집착을 하는지 설명하기 쉽지가 않다. 그럴 땐 부모가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면서 공감해 준다면,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활발하게 뛰어는 아이들 가운데 특정 사물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아이는 거의 없다고 하니, 성장하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자 처방은 역시 놀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식구당 1~2명씩 아이를 낳는 가정이 많았지만 골목길 문화가 발달하였고 컴퓨터와 휴대폰의 보급율이 현저히 낮아져서 아이들은 동네에서 골목에서 운동장에서 어디서든 모여서 같이 노는 문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놀이터에도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 아이들은 키즈 카페나 문화센터를 가야만 하고 초등학생들은 체육관이나 학원, PC방을 가야만 또래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하여 아이들의 수가 감소한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놀이 문화의 변화로 인하여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걷기 시작한다고 해도 동네 사람들과 어울릴 만한 곳에 사는 이는 극소수이다. 대부분 도시에 몰려 살고 있고 또한 빌라나 아파트처럼 밀집된 공간에 살고 있기에 집밖을 벗어나서 누군가 교류하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선행학습은 금지 되어 있지만 4~5세가 되면 한글, 영어, 피아노, 태권도를 비롯한 각종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내기에 놀이터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고 있는 아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점점 1가구 1 명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에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애착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이 책에서 나온 재아의 모습은 결코 극단적인 모습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고정관념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판단하고 재단하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행위는 자칫 잘못하면 아이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약이며 놀이가 최고의 예방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애착 물건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가 읽으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