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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어린 시절
최도설 지음, 최도성 그림 / 작가와비평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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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가득한 어린 시절
이 책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6년 생활을 그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라는 명칭은 1996년에 시작되었으니깐 이 책은 국민학교 시절을 그리고 있다. 그것도 70년대 중후반을 그리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일들이 가득 적혀 있기에 상상력이 필요할 정도로 보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철이다. 장난꾸러기지만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형과도 그럭저럭 사이 좋게 지낸다. 국민학교 1학년때는 반장을 할 정도이긴 하지만 친구들의 말에 잘 휩쓸려 다닌다. 주인공의 4~5살 때부터 졸업식까지의 이야기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이 4~5살 때 낮잠을 자고 일어나자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한참을 운 뒤 찬장에 있던 100원짜리 동전 한 개와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나간다. 그리고 형에게 50원짜리 쭈쭈바를 사준다. 주인공 엄마는 수철이에게 돈이 어디서 났냐고 다그치는 바람에 찬장에 있던 돈을 꺼냈다고 사실을 밝히고 혼이 나지만 수철이는 형에게 괜히 사줬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이 장면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법한 일이다. 부모로부터 혼이 날 때 잘못에 대한 반성 보다는 억울함과 남을 탓하는 마음이 더 크게 적용하기 십상이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에게 행위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행위의 이면에 있는 마음을 같이 추스려주면 좋으련만 그 당시 부모들은 잘못을 크게 지적함으로써 다시는 사고를 방지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잘못과 뉘우침을 반복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주인공 수철이는 국민학교 1학년때 모두 눈 감으라는 선생님에 말씀에 눈을 감는다. 하지만 눈을 뜨라는 말이 없어서 1교시 내내 눈을 감고 있던 수철이는 수업이 마치자 자신만 눈을 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곧장 집으로 향하기 시작하자 선생님이 쫓아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수철이는 가방을 내팽개치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고지식하다고 이야기 해야 할까? 고집불통이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 너무나 순수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의 행동에 대한 옛 추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죽은 척을 하면 정말 죽은 줄 알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시절도 아마 유년 시절일 것이다. 물고기가 말을 건네도 대답을 하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잘 보이려 12월 한달 동안 열심히 착한 일을 하기도 한다. 그렇듯 누구나 저런 순수한 마음으로 살았던 시절이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100여년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고 36년간 일제 식민지를 겪고 나자 얼마 후 동족비극인 6.25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현재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을 보낸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에 참전을 한다. 이 책에서도 일제시대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1917년생 할아버지의 모습, 월남전 참전으로 인한 고엽제 후유증 때문에 폐암으로 돌아가신 태호네 아빠 이야기가 나온다. 불과 몇 십년전 이야기인데도 까마득한 역사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우리의 삼촌, 할아버지가 직접 경험한 일임을 책을 통해서 다시금 알 수 있다.
학창시절 실내화와 운동화를 그리도 많이 잃어버렸다. 아니, 누군가 훔쳐갔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장난으로 혹은 시기심, 영웅심에 서로의 신발에 대해 그리 집착을 했는지 모르겠다 국민학교 2학년 반장인 수철이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옆 반 아이의 시샘으로 인해 신발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수철이의 친구인 영우도 신발을 잃어 버린다. 영우의 신발을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맨 끝에 후미진 곳에서 신발을 발견하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을 생각에 이야기를 하지만 오히려 선생님은 짐짓 수철이를 의심한다. 당시에 선생님들은 수 많은 학생들을 관리해야 해서 일일이 돌볼 여력이 없었다. 또한 신발을 잃어버리는 일은 너무나 빈번하였기에 사소한 것을 챙기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사소한 것들로 당사자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도 있다. 돌이켜보면 학생도 선생님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냥 그때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다들 살았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시절 남자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허세를 부린다. 하지만 그 허세의 결말로 인해 부끄러움도 지금은 옛 추억이 된다. 이제는 명절에도 잘 하지 않았지만 당시만 해도 연날리기는 흔한 놀이가 되었다. 또한 미군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짧은 영어 한마디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이가 아주 많아서 할아버지 선생님도 계셨고 메뚜기랑 개구리를 잡아 먹기도 하였다. 물론 먹을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너무나 많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음을 알게 된다. 대개 국민학교 시절 첫사랑, 혹은 짝사랑에 빠진다. 그 대상은 말끔한 전학생일 경우가 많았다. 수철이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고 자전거를 같이 타지만 그 전학 온 여학생은 다시 전학을 가버리고 만다. 이렇게 꿈결 같은 사랑은 소리도 없이 왔다가 소리도 없이 가버리곤 한다. 집집마다 있는 세계문학전집은 누군가에는 책장에 꽂혀 있는 장식품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세계의 위인들을 비롯한 끝없는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스마트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서로 SNS에 글을 남기고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 교류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학교 과제물도 종이로 알려주지 않고 선생님이 단체방에 글을 올리거나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를 함으로써 공지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이들과 같이 우르르 뒷산에 올라가 칡을 캐먹는 시대는 지나갔다. 뒷산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이 지금 아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오토바이에 치이면 눈물을 뚝뚝 흘릴 것이고 혼자서 목욕탕에 가서 어른인척 하는걸 즐기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아이가 아이가 아닐 수는 없다. 다만 겉 모양이 달라질 뿐이다. 이 책은 70~80년대 국민학교를 다닌 이들에게는 옛 추억에 잠기는 시간을 선사하고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의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