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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으면 ㅣ 작가와비평 시선
혜성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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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들켰으면
이 시집은 솔직함과 따뜻함이 묻어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신에 대한 언급은 많이 없지만 절대자 신(하나님)을 향한 기도가 느껴지기도 하고 자신의 이중적인 마음과 행위에 대한 생각들도 있다. 특히 사랑에 관한 부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인 시절을 비롯한 결혼 하면서 느끼는 사랑과 자식을 향한 사랑에 대한 부분은 좋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쓸쓸함, 고독감에 대한 것들을 비롯한 다양한 시각을 쓴 시로 이루어져있다. 이 시집은 읽으면 마치 옆집 아주머니가 고민이 많아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생은 그렇지 않다. 괜찮아 질꺼야. 힘내. 라고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저자의 세심한 감성이 풍겨져 나온다. 언어도단이나 언어유희를 절제함으로써 담백한 언어를 통해서 순수한 느낌을 살린 듯한 것 같다. 시에 대해 전혀 무지하고 시의 구성과 뜻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시들로 가득하다.
‘인간과 기계’라는 시에서 ‘인간은 기계가 되어 가고 기계는 인간이 되어 가는 세상’ 이라는 첫 시구와 ‘인간이 기계를 작동하다가 기계가 인간을 작동하게 될 세상’ 마지막 시구가 인상 적이다.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AI를 비롯해 빅테이터, 그리고 요즘 블록 체인에 가상화폐까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막연히 인간이 기계에 지배를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세대의 심리를 적절하게 반영한 듯하다. 저자가 1965년생이니 기성 세대로써 이러한 염려가 드는 것 또한 당연할 듯하다.
‘들켰으면’이라는 시에는 선행이 누군가에게 들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성서를 비롯한 각종 명언에는 선행, 베품, 나눔에 대해서 조용히 하라고 종용하지만 실제로 그러기는 쉽지가 않다. 인간의 마음 한 켠에는 나의 이러한 행위에 대한 합당하거나 아님 과도한 칭찬과 존경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심리를 꿰 뚫어 보고 있다. 이로써 우리들 내면에 숨은 마음을 숨기지 않고 더 드러낸다. 마지막 시구인 ‘오른손이 하는 일이 왼손에게 들켰으면’이라고 마치는데 이러한 여운이 꽤 오래 남는다.
‘몰래 카메라’ 시도 역시 인간의 내면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렇지만 수치스럽지 않게 표현했다. 일상에서는 겸손한 척, 교양 있는 척, 사랑이 많은 척 하는 모습과 교만하고 무례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대조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적인 모습을 ‘가식’이라는 단어와 함께 마무리를 한다. 이렇듯 가식이라는 가면이 있기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착한 사람, 좋은 사람, 선한 사람으로 기억 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할 때’는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 녹아 있다. 딸 가진 부모들은 공통점은 자신의 딸은 고생을 안 하게끔 돈이 많고 능력 많은 사위를 얻고자 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시에서 자신이 결혼 할 때 남편의 돈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딸이 결혼 할 때가 되자 사위의 돈의 많고 적음 여부에 관심을 가지는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흔히 이야기 하는 ‘내로남불’은 역시나 지키기 어려운 문제인 듯 보여진다.
‘이사’라는 시에는 옆집 선교사님이 이사를 간다. 그런데 이삿짐이 거의 없다. 가만 보니 이사 올 때도 짐이 거의 없었다. 이삿짐은 없지만 몇 년 사이 쑤욱 커 버린 아들 녀석 말곤 변한 게 없다. 이사라는 단어가 죽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까? 선교사님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통해서 이러한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진정 가져가야 할 것은 짐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시인은 말하는 듯 하다.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시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사랑에 대해서 이웃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내가 무엇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지 반문하게 도와주며 시인이 종종 언급한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절대자의 의미에 대해서도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