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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 책은 일본군의 군용 철도 현장에 투입된 연합군의 전쟁 포로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도리고 에번스’ 이다 현재 77살이고 1915년이나 1916년생이다 그가 19살 때 결핵으로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전쟁영웅, 유명한 외과의사, 전기와 연극과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숭배의 대상, 위인전의 대상, 아첨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희생자 수습기지의 부소장이자 의사 군인으로 참여 한다 그러던 중 방콕 북쪽에서부터 버마까지 415km 군용 철도 현장에 포로로 끌려 간다 공사 현장에 끌려오고 나서 부대를 이끌던 대령이 이질로 죽고 그는 병사 천 명을 이끄는 J부대의 대장이 된다 그는 그곳에서 밤낮 없이 70일동안 공사를 지켜 보면서 사망자는 늘어나는 광경, 죽어나는 광경들을 목격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는 환자들을 분류하고 죽으면 태우는 일을 할 뿐이다 정글에는 콜레라가 창궐하여서 환자들은 급증하기만 한다 그는 피가 썩는 병에 걸린 사람을 위해서 대 수술을 감행하지만 이미 그는 죽어있기도 한다 그에게는 약혼녀가 될 교사인 ‘엘라’라는 여인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변호사이고 어머니는 목장 경영하는 유명한 가문 출신이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연방 헌법을 만든 입안자 중 한 명이다 그에게는 고모부인 ‘키스 멀베이니’가 있고 그는 41살이며 호텔을 운영한다 그에게는 약혼녀인 ‘에이미 멀베이니’가 있다 그녀는 아버지는 간판을 그리는 일하다가 그녀가 13살 때 세상을 떠났고 그녀의 형제 여섯 명은 최선을 다해 자기 앞가림을 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24살로써 고모부와 27살 나이차가 있다 고모부 키스가 운영하는 호텔 바에서 일을 하다가 고모부를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키스는 에이미가 임신을 하자 낙태를 권하고 죄책감으로 인해서 청혼을 하여 결혼을 한다 휴가를 맞아서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보는 주인공인 도리고에게 한 여인이 찾아와서 시를 읽어 달라고 한다 그녀는 고모가 될 에이미였다 고모부를 찾아갔다가 서점에서 만난 그녀를 보고 그와 그녀 모두 사랑임을 직감하지만 첫 만남에서는 둘은 강력한 이끌림을 억제하면서 끝을 낸다 하지만 그녀는 도리고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기에 자꾸만 머릿속에서, 몸에서 그를 기억하며 그리워 한다 또한 그도 그녀를 그리워 한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남을 가지고 사랑에 빠진다 도리고와 에이미는 욕망에 가차없이 지배 당했다 둘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여름 어느 일요일 밤 키스가 에이미에게 다 알고 있었다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도리고와 에이미의 관계는 끝을 맞게 된다
도리고는 정글에서 수 많은 이들과 어울려 살아 가고 있다 죽음을 불사하면서 천황폐하의 뜻인 철도 건설에 포로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지 않는 고타 대령을 비롯해서 포로들의 육체적 능력보다 정신력으로 모든 상황이 극복 될 수 있다고 믿는 나카무라 그리고 수 많은 포로들 특히 근육질의 기독교인이었던 타이니 미들턴, 도둑질을 아주 잘하는 다키 가디너, 그림을 그려서 기억하려는 토끼 헨드릭스, 사람들에게 숨어서 쉬자고 제안했던 수탉 맥니스등이 등장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영화 ‘군함도’를 보는 듯 하기도 했고 김영하의 소설 ‘검은꽃’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오스트레일리아인이든 모두 다 포로이며 노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당시 정글에서 이들 개인 가진 계급의 차이, 신분의 차이, 권력의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게 드려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계급의 차이, 신분의 차이, 권력의 차이가 없다고 말은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인가 반문하게 된다 소설 말미에 나오는 A급 전범들은 미국과 연줄로 인해서 석방이 되고 무죄 판정을 받지만 B급 C급 전범들은 유죄 판정을 받고 사형을 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브녹스 베이커라는 주인공 도리고에게 토끼 헨드릭스의 스케치북을 태우는 것에 반대를 하면서 이것은 기록이고 기억이고 토끼의 소망이라고 하면서 기억이 진정한 정의라고 이야기 한다 주인공은 그의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태우기를 원하지만 그는 일본군이 싱가포르를 점령한 뒤 중국인들의 목을 잘라 장대에 꿰어서 줄줄이 세워 놓은 모습, 오스트레일리아인이 경비병 두 명에게 구타당하는 장면, 궤양 병동을 그린 수채화 등을 남겨 놔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의 의견을 무시하고 불타는 헨드릭스의 시체 속에 던져 넣지만 타지 않아서 그 책을 도리고는 다시 챙기는 장면에서는 역사의 한 장면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진실에 대해서 직면하는 남자의 모습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수탉 맥니스는 다키 가디너에게 일을 하지 말고 숨어 있자고 제안을 한다 하지만 일본인 장교에 의해 그들의 행위는 발각이 되고 결국 다키 가디너는 심한 매질을 당한 후 변소에 빠져 죽는 모습은 폭력의 정당함과 더불어 인간의 나약함을 잘 묘사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는 한국인도 등장한다 고타 대령의 부사관인 고아나, 일본식 이름으로는 아키라, 조선식 이름으로는 최상민이라고 불린다 그는 고타 대령의 수종으로써 일본인들이 가르쳤던 대로 행했던 것뿐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패전을 하고 나서 B급 전범으로 몰려서 사형을 당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향해서 쓸모 없는 조선인이라고 대놓고 비아냥 거렸던 일본인과 패전 이후 자신을 B급 전범으로 판단하는 유럽인들 그리고 어디에서 속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생각이 이 사람은 어디에 속해 있고 무엇을 했는지 다시금 되 묻게 되는 것 같다 천황폐하의 명령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명예롭게 여기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끔찍한 전쟁을 일으키고 수 많은 노예, 포로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살인이 명분화 될 수 없음을 그들은 패전 후에도 자각하지 못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 될 듯하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을 하면 ‘하늘은 더러웠다’
인상 깊은 구절들
『전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36p)
『나카무라는 이곳에서 자신의 삶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고독에 물들었음을 점점 더 강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 고독이 점점 더 신경에 거슬렸다 이런 불안한 감정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그는 일에 온 몸을 던졌지만, 열심히 일할수록 일은 정신 나간 방정식처럼 변할 뿐이었다』(1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