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걸을게요
곽현 지음 / 가지출판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엄마, 나는 걸을게요 –곽현-


부엔 카미노, 엄마


이 책은 30대 중반에 어머니를 잃고  800km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묶은 책이다 '부엔 카미노'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순례자들의 인사말로써 해석하면 '부디 좋은 길을 가세요'라는 뜻이 된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각자의 경주 길은 다 다르다 하지만 누구나 다 무사히 완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경주에서 포기 하는 사람도 있고 육체적 질병으로 인해서 완주를 일찍 마치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30대 중반에 어머니의 죽음으로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도 결심 했다 이 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야곱(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로써 이 길을 걷다가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문학가 ‘파울로 코엘료’가 영감을 얻고 ‘연금술사’를 구상한 길로도 유명하다 수 많은 이들이 이 길을 현재도 묵묵히 걷고 있다 800km정도면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 하는 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에 20km씩 걷는다고 해도 40일이 걸리는 대 장정이 필요하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로 분류가 되어 있지만 실은 어머니를 향한 딸의 그리움을 담은 에세이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길을 걸으면서 만난 이들과 주변 풍경을 설명해주긴 해도 저자의 시선과 생각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하고 있음에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혹은 언젠가 돌아가실 어머니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엄마와 딸의 관계는 유독 각별한 것 같다 아빠와 아들과의 관계보다 더욱더 복잡하고 미묘한 것처럼 보여진다 어찌 보면 가장 친한 친구 사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떨때는 철천지원수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부녀간의 갈등과 화해 속에서 같이 늙어 가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엄마 눈에는 다 큰 딸은 언제나 어린 아이이고 큰 딸 눈에는 늙은 엄마는 잔소리를 하는 어린 아이처럼 보이기에 둘은 항상 으르렁 거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여행이 재미로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 한동안 저 구석에 감춰 놓았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면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생각과 그리움 그리고 현실에 대해서 밝힌다 30대의 중반에 나이에 결혼을 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둔 채 홀로 순례길을 떠나는 자신을 향해서 주변에서 말했던 걱정 혹은 염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또한 이 순례길에는 수 많은 국가와 인종들이 만나는 장소이기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콜롬비아 청년 호날도가 건넨 ‘네가 카미노에서 만난 내 첫 번째 친구야’라는 말을 들었을때 저자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한다 친구라는 단어의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린 현실속에서 그 청년의 친구라는 단어는 생소하기까지 하다 SNS상에서 수백 수천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고 스마트폰에는 카톡에는 단체 카톡방을 비롯한 수십 수백개의 카톡창들이 있지만 진정한 위로를 건네는 친구를 만나는건 쉽지가 않은 현실속에서 이렇게 친구라는 단어가 이질적으로 다가옴을 저자는 경험한다 또한 40대 미국인 톰 아저씨가 건넨 ‘그거 알아?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애야’라는 조언이 저자가 무사히 800km를 완주 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그 톰 아저씨가 써준 메시지 중 ‘I will continue to keep you in my prayers(기도할 때 항상 널 기억할게)’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다는 고백이 천주교인으로 태어나 종교에 대한 회의를 느꼈던 저자에게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거룩함을 추구하는 종교인들의 부패함을 방송에서 보고 있자면 종교란 대체 무엇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거나 회의적인 사람들 눈에는 더욱더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성직자들의 삶은 더 큰 괴리감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서 절제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모녀가 같이 여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머니와 같이 갔었던 일본 여행을 떠올린다 너무나 행복해 했던 어머니가 또 오자고 했지만 그것이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 정신이 없다 너무 바쁘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무엇이 중요하고 시급한지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걸으면서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고 되묻는 것 같다 스마트폰에 빠져 하루에 한번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고 몸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여유가 없는 삶이 어째서 행복 할 수 있을까? 각자의 경주 길을 알 수는 없겠지만 더디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완주하는것이 더 후회없는 삶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인상 깊은 구절들


『엄마와 딸만큼 가깝고도 그리운 관계가 또 있을까

딸에게 엄마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된다

인생에서 어떤 힘든 일이 온다 해도 그 자리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큰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된다

밖에서 철든 어른 노릇을 하다가도 엄마 앞에서라면 언제나 아이가 될 수 있다

때로는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편하다는 이유로 투정 부리고 짜증 내지만 그 모든 철없는 행동도 내 딸이라며 이해해주는 사람이 엄마다

본능적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만 본인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117p) 

『오늘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다 해서 마음 한구석에 간직한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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