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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고요가 필요할 때 있다
황청원 지음 / 책만드는집 / 2017년 12월
평점 :



시인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보자
‘소금장수’로 유명한 황청원 시인 ‘사랑도 고요가 필요할 때 있다’ 시집은 아름 다운 시구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자연과 벗삼아 살고 있는 시인의 모습과 그리고 투병을 통해서 더욱더 인연에 대한 생각과 삶에 대한 고찰이 묻어 나오는 듯 하다 각종 다양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이 시에 등장 하여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반전과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통해서 깊은 사유를 하게끔 만든다 마치 12월도 겨울이고 1월도 겨울이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12월의 겨울은 한 해의 마지막처럼 느껴져서 마무리를 하고 결실을 내야 하는 느낌을 받지만 실상은 온도는 그리 춥지 않다 반면 1월의 겨울은 한 해의 시작으로써 각종 결심과 도전을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지만 실상은 매혹한 추위만 있을 뿐이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하루 차이지만 느낌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투병을 했다고 밝히고 시집에서도 ‘투병 일기’라는 제목의 시를 실었다 투병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알게 된다 건강의 중요성을 그리고 자신의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이러한 경험이 여러 시에서 묻어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장작이 말하기를’ 이라는 시에서 장작이 말을 건넨다 도끼날 앞에서 소리를 친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고 불꽃이 되고 싶었다고 숯이 되고 싶었다고 장작이 누굴 의미하는지 이 시 통해서 시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까지는 온전히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시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히 장작으로써 생을 마감하지 않고 불꽃이나 숯으로써 마감 할 수 있어서 고마워하고 감사해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태어나서 살아가는 모습은 전부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전부 다 같을 것이다 그때 무슨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시간, 자신, 사랑, 자연, 일상등을 노래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느낌도 받고 혹은 내가 어떻게 남은 삶을 마감하는게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라는 시는 사랑 시처럼 보이지만 말미에 ‘그것이 그것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랍니다’라고 마친다 마치 장편 소설을 읽고 결말 부분에서 큰 반전을 경험 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가 아니라 내가 타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이유 혹은 내가 나를 사랑 할 수 없는 이유로 들린다 산길도 강바닥도 나무도 하늘도 이름도 빈틈없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사랑 할 수 없다는 이유가 어느덧 나를 향한 소리로 들린다 사랑을 받으려고만 한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렇담 누가 나에게 사랑을 주고 누가 사랑을 주려고만 태어났을까? 이러한 의구심이 이 시를 읽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에 처음에 등장하는 ‘붉은 모란’은 짧지만 강력한 시인 것 같다 두 줄의 시를 읽고 나서 한참을 멍 하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것 예쁜 것 아름다운 것을 함께 볼 사람이 점차 줄어 들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추운 겨울이 되면 부고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뉴스에서는 각종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도가 된다 오늘 하루 살아 있음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떠나 보낸 이를 그리워 하면서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신파적 요소가 강한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현재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기성 세대들 뿐만 아니라 10대 세대들도 이러한 영화를 통해서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슬픔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깊어지는 겨울 곁에 두고 계속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붉은 모란>
이제 막 붉디붉은 모란이 피었습니다
그대 있었을 때 피었으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