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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홍신선 외 지음 / 새봄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깊어져 가는 겨울, 좋은 시집 한 권을 읽었다
<제 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자인 홍신선 시인을 비롯한 공광규, 김승회 김중일, 맹문재, 박성우, 우대식, 이채민, 이현승, 최문자, 함민복 시인의 작품들도 같이 수록 되어 있다
우선 제 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인 “합덕장 길에서” 이 시는 읽는 동안 몽롱한 느낌을 주었다 80년대 태어난 에코 세대인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줄곧 보아왔던 이미지였기 때문이었다 ‘읍내버스’ ‘6.25’ 이러한 단어들은 전혀 낯설기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늑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다 부모님 세대 혹은 조부모님 세대로부터 늘 들어왔던 옛 추억이 가득한 단어들로 가득한 시를 읽고 있자니 경험해보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이 현실처럼 눈 앞에 펼쳐져 보인다 책 맨 뒤에 있는 수상작 해설을 통해서 이 작품이 지닌 의미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었지만 나처럼 시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 사람이 읽어도 가슴 한 켠이 아련하게 느껴지는걸 느낄 수 있다 비록 그 세대를 살지 못했지만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애잔한 감정이 잘 느껴지는 시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수상시인의 대표작 10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마음經13’ 이라는 짧은 시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들이 죽은 뒤 홀어머니는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라는 시구로 시작되는 이 짧은 시는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읽기에 너무나 딱 맞는 시라는 생각과 더불어 홀어머니의 감정을 꾹꾹 누른듯한 느낌이 잘 전달 되는 듯 했다 또한 공광규 시인의 ‘나무’라는 작품에서 ‘나무는 서서 자란다’로 시작되는 시구는 많은 것을 함축하면서 은유적으로 표현 한 것 같지만 실상을 다 모른다 하여도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로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김중일 시인의 ‘창문에서 죽다’는 마치 CF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영화나 소설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시구인 ‘창문에서 나는 서서히 녹아 사라져간다’라는 글은 긴 장편 소설을 읽고 나서의 여운을 주는 듯 했다 이 책의 전반적으로 흐르는 자연과 추억으로 인해서 아련한 옛 추억이나 혹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더해지는 것 같다 나처럼 시에 대해서 자주 읽지 않고 잘 모르는 이들이 읽어도 충분히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좋은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