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 - 왕은 숨고 백성은 피 흘리다
나만갑 지음, 서동인 옮김 / 주류성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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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스러운 역사를 통해 미래를 도모하자


영화 남한산성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엄청난 흥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역사의 한 장면을 영화로 만들었음에도 이렇게 큰 인기를 끈 것은 이 영화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치욕적인 역사가 아직도 반복 되고 있음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병자호란을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만 시험때문에 이름과 연도만 외운 사람도 많이 있다 또한 병자호란과 더불어 척화파(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청과 싸우자), 주화파(일단 싸움을 멈추고 청과 협상하여 나라를 지키고 보자)로 대비되는 인물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병자호란[丙子胡亂]은 쉽게 말해서 1636년(인조 14) 12월부터 이듬해 1월에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제2차 침입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그 중에서 남한산성 항전은 조선의 왕과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하지만, 청의 대군에 둘러싸인 채 성 안에 고립된다. 그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 청의 거센 압박과 무리한 요구로 인해서 끊임없는 내분에 휩싸이게 된다

이 책은 12월 12일부터 1월 28일간 약 40일간의 기록을 적은 책이다 이 책의 원저자는 나만갑으로써 저자는 전란 중 식량을 책임진 관량사로서 인조를 보필했음으로 뼈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일기체 형식으로 <병자록>을 기록했다 

이 책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 곁에서 조선의 여러 대신들과 함께 병자호란을 직접 겪고 나서 당시의 처참했던 사실들을 기록한 나만갑의 <병자록>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인 나만갑은 지배층의 시각에서 쓴 것임으로 일반 백성이 몸으로 겪은 피눈물 나는 사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겠지만 병자호란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남긴 일차 사료라는 데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사초에 버금갈 정도로 매일매일 청나라의 외교.군사 및 인조의 여러 가지 정치행위와 조선의 동정 등을 자세히 그리고 매우 정확히 적고 있어서 가치가 크다 [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 이 책은 <병정록> 1~5권의 요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번역서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현재 남과 북으로 나누인 상태에서 중국과 미국.일본.러시아에 둘려 싸여 있으므로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나라의 안위가 달려 있다 우리가 정치.외교적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중심을 잡아나가지 못하면 자칫 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 역주는 미국과 가까운 만큼 중국과도 가까워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과의 관계도 될 수 있으면 원만한 관계를 이루어 그들의 협력을 얻어야 마땅하다 380여년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피눈물 나는 사건은 평형외교에 실패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명분과 지나친 자존,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외교 감각, 실리 외교의 실종이 문제 근본적인 원인은 명나라 및 청나라와의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던 광해군을 인조반정이 몰아냄으로써 명나라에 편향된 외교정책을 밀어부친 데 있다 물론 당시 조선은 군사.경제적으로 보잘 것 없는 나라였으므로 14만 청나라 군대. 그 중에서도 기병의 기습전에 속절없이 당한 것이었지만 외교와 전쟁에 반드시 힘만이 전부는 아니다 정모호란과 병자호란은 어찌보면 겪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미숙한 대처와 편협한 시각으로 일으켰을지도 모르겠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40년 전 임진왜란은 비록 참혹했으나 조선이 이긴 전쟁이었다 하지만 병자호란은 임진왜란보다 더욱 참혹하였고 그 결과는 비참하였다

이 비극의 씨앗은 인조반정이었다고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담담히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 햄릿을 읽는 듯한 이질감이 너무나 심했다 문체를 비롯해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이 지금으로써 돌이켜 보면 너무나 안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기체 형식의 짧은 책에서 반복되는 토론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말 장난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급급한 모습들은 아연실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 책에서 임금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 너무나 많음에 고개를 흔들게 만든다


12월 14일 

강화도는 경성(서울)에서 걸어서 이틀이 걸리는 거리인데, 적의 기병이 추격해올 것이 두려워 임금의 수레는 수구문을 거쳐 남한산성으로 갔다

임금은 새벽에 몰래 강화도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남한산성에 들어가니 이미 모두 그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12월 28일 

(나만갑이 임금에게 충언을 하였지만)

임금께서는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1월 11일

예조판서 김상헌이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임금께서는 그의 말을 따르셨다


이러한 대목들을 읽으면서 멈칫 거리게 만든다 임금은 도망칠 궁리만 하고 도망을 치지 못해서 남한 산성으로 피신을 했지만 오로지 신하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임금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김상헌을 비롯한 자들의 의견에는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읽기가 매우 수월한 책은 아니다 무수하게 많은 낯선 직책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지명들로 하여금 다소 집중력을 떨어트리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책 중간중간 현재의 위치와 설명에 대한 사진을 통해서 380년전 역사를 지금 현재로 단번에 가지고 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다시금 읽어 보았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더욱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극한으로 치닫는 대립은 실제로는 없었지만 어쩌면 영화나 소설보다 더욱더 참혹한 현실은 나만갑의 <병자록>이 더욱더 생생하게 그려진 것 같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 봐야 할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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