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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하윤재 지음 / 판미동 / 2017년 11월
평점 :



치매랑 같이 살고 있는 엄마
치매에 걸렸다고 표현을 쉽게 한다 마치 감기에 걸렸다는 식이다 하지만 치매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싶어진다 현재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었다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병이 되어 버렸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일명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겐 ‘치매’로 명명된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치매는 바보가 되는 병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6%는 ‘그렇다’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대다수 국민들은 치매에 대해 무관심 하고 또한 남의 일처럼 여긴다 하지만 머지 않은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치매인구는 1억명이 된다 그리고 이미 치매는 세계적으로 'Common disease' 이 되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일반적인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이다 치매는 한번 발병이 되면 100%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어서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현재 대한민국 치매 환자는 70만명에 이르고 65세~75세 노인 중 10명 중 3이 치매 환자이지만 하지만 88세 이상 노인 중 10명 중 5명으로 급증한다 치매 환자 1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연간 비용은 2천만원으로 환자 한 명으로 가족 모두 파탄을 경험 하기도 한다 2025년되면 대한민국 치매 인구는 대략 1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치매 증가율로써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제 19대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 보건복지 공약1호는 일명 치매국가책임제로써 국가가 치매환자를 책임 지겠다는 것이다 사람이 치매에 걸리면 즐거운 기억은 남겨두고 괴로운 것부터 순서대로 잊어간다고 한다 남성 환자들에게 아내의 이름을 물어보면 거의 기억을 하는데, 많은 여성 환자들은 남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여성 환자들에게 남편이란 즐거운 기억이기보단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써 설명한다
이 책은 막내딸인 저자와 10년전 치매 진단을 받은 엄마가 함께 혹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적나라하게 이야기 해준다 저자는 치매 환자의 상태를 손쉽게 판단하는 데 있어서 시간, 장소, 인물은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설명 한다 초기, 중기, 말기로 환자를 분류 할 수 있는데 시간 상실이 초기 단계이고 장소 상실이 중기 단계이며 인물 상실이 말기 단계라는 것이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 되어 있다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배치함으로써 마치 치매의 흐름에 따라서 읽어 나갈 수 있다 2007년 저자는 어머니가 나물 반찬을 하지 않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겨서 억지로 병원을 가서 검사를 받고 치매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치매에 대해서 마음으로 행동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외할머니, 친할머니가 치매를 앓았기에 저자는 엄마가 받을 충격으로 인하여 비밀로 부친다 저자는 치매초기인 엄마와 10년간을 동거동락 하면서 시간, 장소,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상실되어 가는지 여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치매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괴성을 지르고 새벽에 돌아다니고 벽에 똥칠하는 모습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물론 소리를 지르고 새벽에 돌아다니고 벽에 똥칠을 하는 모습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마트에서 사온 치약 한 묶음이 한달 뒤 소파 밑에서 발견하는 이야기, 세탁해 드린 속옷 개수와 남아 있는 개수가 달라 진걸 알고 나서 집 안 곳곳에서 실수를 범한 엄마의 속옷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기억의 상실로 초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서 상상이 아닌 현실임을 인지 시켜 준다
유행가 가사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저자네 집에는 100년된 감나무가 있었고 그 감은 참 맛있어서 먹고 싶어하는 친척들이 많았다 하지만 엄마는 식구들에게 먹으라고 강요하기만 할 뿐 본인이 감을 먹는 법은 없었다 감을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실은 매우 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재작년에 우연히 엄마에게 한 번 드려봤더니 얼른 접시를 받아 들고는 껍질까지 다 먹어 치웠다 그날 이후 나는 엄마에게 매일 감을 드리기 시작했다라는 문구는 먹먹하게 만든다 평생을 자식과 남을 위해서 숨겨놓았던 식성을 기억의 상실로 인해서 드러난 순간이다
또한 어느 날 새벽 엄마가 소변 실수를 한 것을 발견 했다 옷장 속으로 숨으려는 사람 같았다 30년 넘게 드나들던 방문의 위치를 잊고 엄마가 스스로 얼마나 당황했는지 안방의 상태가 말해 주고 있었다 엄마를 씻겨 드리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부터 엄마 방에 스탠드를, 화장실에는 전등을 밤새도록 켜 놓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저자는 숨죽여 운 사실을 고백한다 저자는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4주간의 이론 수업, 5일간의 요양원 실습, 5일간의 재가 실습을 통해서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이러한 저자의 지극한 정성 덕분인지 엄마의 상태는 아주 천천히 나빠지고 있어서 10년이 된 지금 3기에 접어 들고 있다고 한다 치매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두려워 하거나 미리 겁낼 필요도 없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좋아진들 사람은 결국은 병들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애써 담담히 주어진 삶을 살면 될 것 같다 그 어떤 병에 걸리든
인상 깊은 구절들
『엄마의 치매는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 엄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오만에 대해 하나하나 일깨워 주고 있다』(85p)
『엄마는 치매에 걸려도 영원한 엄마이기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11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