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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삼대 - ‘도련님’은 어떻게 ‘우파’의 아이콘이 되었나
아오키 오사무 지음, 길윤형 옮김 / 서해문집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아베 가문의 모든 것
이 책은 아베 신조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할아버지 간, 외상을 역임한 신타로, 그리고 현재 총리인 신조
3대에 걸쳐 각각 3명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들의 자라온 환경과 주변의 인물들을 통한 평가등을 서술하고 있다 최근 2014년 치러진 선거를 통해서 일본의 세습 정치가 화두가 되었다 부모,장인,장모,조부모 중 어느 한쪽 또는 3촌 이내의 친척 가운데 국회의원이 있고, 그가 당선됐던 선거구를 통해 입후보한 후보자를 ‘세습’이라고 정의할 때, 2014년 치러진 선거에서 세습 당선자의 비율은 23.6%였다 현대 일본 정계에서 세습의원은 점점 더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다 이 현상의 극단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존재가 현재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라는 데 이론은 없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아베’라는 이미지는 극우, 친미, 전쟁주의자등을 떠올리기 쉽다 이 책에서는 아베 신조를 비롯한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걸쳐 아베 가문을 파 헤쳐 본다 아베 총리의 아버지는 아베 신타로 외할아버지는 기시 노부스케이다 외할아버지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도 총리를 지냈다 이러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들이 무슨 일을 했고 어떠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기에 이 책을 통해서 알아보자 아베가는 대대로 간장 등을 만드는 양조업을 해 왔다 또한 시골이긴 해도 논밭이나 산림 등을 다수 소유한 대지주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친할아버지인 간 씨와 아버지 신타로 씨, 그리고 본인의 유소년기부터 정계에 입문할 때까지의 과정을 철저히 취재해, 도대체 아베 신조라는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현대 일본에 왜 이런 위정자가 탄생했는가에 대해 아마 처음으로 분석한 르포르타주라고 저자는 자부한다
옛 헤키촌 일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베가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 중에서도 아베 간과 신타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아베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인 시선을 갖은 사람들에겐 적잖이 충격을 준다
1894년 4월 29일 외아들 간(아베의 할아버지)이 태어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남이었고 영특했으며 반골과 반전 기질이 다분한 평화주의자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신임과 존경을 촌장을 역임했고 중의원 선거에 2번이나 당선이 된 인물이다 그는 두 번째 선거에서도 감시와 탄합, 괴롭힘 등을 당하면서 당당히 당선이 되기도 했다
1924년 4월 29일 아버지와 같은 날짜에 외아들로 신타로(아베의 아버지)가 태어난다 그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우수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개구쟁이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고 나서 ‘이단아’로서 표밭을 개척한 노력을 인정 받았고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여러 요소들이 겹쳐 자라난 덕분에 포용력과 깊이와 균형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이 되었다 그는 1944년 갓 20살이 지난 신타로도 해군으로 징병되어 전쟁에 참전한다 그는 징병된 군대에서 자원하여 ‘특공(가미카제)’에 지원하기로 한다 종전이 몇 달 더 늦었다면 죽었을지 모른다면서 덤으로 사는 삶이라고 훗날 스스로를 회상한다 1946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대신해 줬던 이모마저 병으로 사망한다 신타로 나이 22살에 천애고아가 되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 한 후 신문사 정치 기사가 된다 그는 입사한지 2년 뒤인 1951년 기시 노부스케의 딸인 요코와 결혼한다 참고로 기시 노부스케(1896.11.13 ~ 1987.8.7 - 일본의 전국적인 반대 속에서 미일안전보장조약의 개정을 통과시킨 후 총리직을 사퇴함)는 일본 56대 총리이다 그리고 A급 전범이다 신타로는 주변에 ‘나는 기시 노부스케의 데릴사위가 아니다 아베 간의 아들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해 말해 왔다고 한다 이것을 통해 그의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는 결혼으로써 정계 진출을 위한 특급 승차권을 손에 넣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는 1958년 34살이란 젊은 나이에 첫 당선을 한다 그는 1991년 숨질 때까지 11번 당선했지만 3번째가 되는 1963년 총선거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 또한 신타로의 친모인 시즈코는 약 3년뒤에 결혼을 한다 1녀 1남을 낳았고 장녀는 어린 나이에 숨겼지만 장남인 니시무라 마사오는 1921년에 태어나 건강하게 성장해 아버지와 같은 금융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나중엔 일본 금융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신타로는 니시무라라고 하는 이부형제가 있는 사실을 알고 기뻐했다
1955년 9월 21일 차남으로 아베 신조가 태어났다 그에겐 어린 시절을 설명할 만한 일화다운 일화가 전혀 없다 신조에겐 특히 감성이 예민해져 좋든 나쁘든 기존 질서에 대한 회의나 눈에 띄는 일화가 거의 없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이다 행실이 바르고 상냥하며 좋은 아이였던 신조를 제일 귀여워한 사람은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였다 그는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운동을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인상이 강한 학생은 아니었다고 그의 동급생들은 증언한다 그는 2년간의 엉터리(?)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연줄을 통해서 제강소에 입사한다 그리고 미국 뉴욕 사무소에 부임한다 뉴욕 주재원이라는 것은 각 사업소의 에이스가 모이는 출셋길의 등용문 이였기에 젊은 신입사원이 쉽게 배속되는 일은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례 중의 이례였다 그는 뉴욕, 최전선 공정관리, 본사 관리부분을 두루 섭렵한다 그는 1982년 아버지 신타로가 외상에 취임하자 비서관이 되면서 정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의 대한 특별한 기록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게 자랐지만 쉽게 정계에 입문했고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으로 인해 정치인이 되고 지금의 총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저자가 3명을 각각 묘사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아베 간은 빚과 공과금에 허덕이는 농어촌의 빈곤, 대자본에게 압박 당하는 상공업자의 급박한 사정, 박봉에 우는 시민, 해가 갈수록 엄청나게 확대되는 빈부 격차에 대한 반발, 그리고 무모한 전쟁과 군부의 폭주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인해 ‘부의 편중이 국가의 위기를 부른다’라는 구호를 가지고 관청의 감시나 탄압에도 꺽이지 않고 국정의 장인 국회를 목표로 삼았다
아베 신타로는 아버지를 지지한 지역민들과 깊게 교류하면서 청년기부터 정계를 염두에 두고 자기 인생을 설계 했고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한 것처럼 주어진 재능에 노력을 합쳐 나름대로 지성도 쌓았다 2세라고 하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기 때문에 선거구와 지역 기반을 자기 힘으로 필사적으로 개척했다 그는 권력의 폭주나 전쟁의 어두움과 비참함을 피부로 느끼며 받아들였다
아베 신조는 명문 정치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운명’을 받아들이고 정해진 레일 위를 담담히 달려 가는 모습뿐이 없다 즉 평범하고 성실하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동시에 친구 사이에선 상냥하고 사람 좋으며, 요령도 좋은 도련님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베’ 라는 이미지 뒤에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있지만 아베는 외할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란 덕분인지 외할아버지의 기질을 많이 물려 받았고 정치적으로 많이 활용하였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안다면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을 유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