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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구밀복검 (口蜜腹劍) 한 루이즈씨
구밀복검 (口蜜腹劍) 이란 입으로는 달콤함을 말하나 뱃속에는 칼을 감추고 있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친절(親切)하나 마음속은 음흉(陰凶)한 것을 말하는 사자성어이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구밀복검 한 루이즈씨라고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6년 공쿠르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읽으면서 여러 가지 사건과 인물들이 계속 떠올라 마음을 힘들게 하였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숨바꼭질’에서 주희 역을 맡은 문정희가 떠오르기도 하고 2017년 3월 29일에 일어난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의 가해자인 여고생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박완서의 소설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에 나오는 가정부가 생각 나기도 했다 그만큼 현실적이어서 마치 신문을 통해서 사건을 접하는 기분이 들었다
밀라&아당의 엄마인 미리암은 첫째인 밀라를 임신했을 때 몹시 기뻐하긴 했지만, 자신의 삶이 달라지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몇 달 후 다크서클과 우울을 숨겨야만 했다 하루 종일 잠이 온다는 것을 인정하기 두려웠다 1년 6개월 후 둘째를 가졌고 둘째인 아당이 태어나자 모든 것이 더 악화되었다 남편인 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빛을 읽고 시들어갔고 둘째가 태어나고 몇 달 후, 그는 집을 피하기 시작했다 없는 약속을 지어내고, 집에서 먼 동네로 가서 혼자 몰래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폴은 무책임하고 한심한 어린애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미리암은 법학과 동창인 파스칼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동창은 변호사 일을 같이 하자고 제안 한다 미리암은 다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남편 폴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자 남편은 아이들의 육아에 대한 걱정과 아내의 일로 벌어들인 소득과 보모를 고용함으로써 지출 되는 비용의 차이가 별로 없음을 지적하면서 난색을 표하지만 아내의 취업을 인정해준다 그렇게 보모를 구하게 되고 여러 사람을 면접을 보던 중 루이즈를 만나게 된다 밀라는 면접때 밀라의 마음을 사로 잡은 루이즈는 경력도 많았기에 그들 부부는 루이즈를 보모로 고용된다 루이즈가 집에 오면서 집에는 활력을 갖게 되었고 부부의 삶과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루이즈가 점점 집에 많은 것을 관여하고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자 부부는 불안해 하기 시작한다
세상을 왕따 시킨 루이즈
밀라와 아당에게는 때론 천사이기도 하고 때론 마법사이기도 하고 때론 엄마 이기도 한 다정다감하고 재미난 루이즈 이지만 루이즈는 막상 본인의 하나밖에 없는 딸(스테파니)에게는 무지막지하게 대한다 또한 남편(자크)은 병들어 죽었고 남편은 엄청난 빚을 남겨 놓았고 딸은 성인이 되자 가출을 해서 소식이 끊긴지 오래 되었다 루이즈는 당장 월세가 밀려 집을 빼줘야 한다 그녀는 책을 읽지도 않고 노래를 듣지도 않고 쉬는 날에는 바깥 출입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멍하니 티비를 보는 것이 전부인 그녀의 삶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그녀를 내친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된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하게 말했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한다 충격적인 결말을 먼저 선사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바라보게 한다 마치 선입견을 가지고 루이즈를 보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그녀를 통해서 현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함축적으로 또는 대표적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경력 단절인 여성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산후 우울증에 걸린 여자들을 잘 보듬어 준다 그렇지만 본인은 지폐 한 장이 없어서 굶주리고 헐벗은 상태로 버틴다 소외되었지만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그러한 상황에 처한 그녀에게도 성적으로 대하고픈 남자는 존재한다 루이즈는 오랜 시간 보모를 하면서도 유일하게 가깝게 지낸 사람은 ‘와파’ 한 명 뿐이다 이 한 명도 와파가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고 마음을 줬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속해 있는 밀라&아당의 집에 계속 머물기를 원해서 은근히 미리암에게 셋째를 요구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녀를 그토록 세상과 단절한 채 살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에서는 충분한 공백을 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도록 한다 우리 주변에는 루이즈가 없는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