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파이어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최민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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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소녀들이 다툼과 우정으로 만들어내는 서사시

 

1950년대 5명의 소녀들(렉스,골디,라나,리타,매디)은 작은 마을(로어타운)에서 같이 자란 소녀들은 ‘폭스파이어’라는 갱단을 결성한다

작고 뚱뚱한 리타를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방과 후 받는 ‘벌칙’수업 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는 수학 선생님(로이드)의 차에 빨간색 페인트로 낙서(‘나는 버틴저 나는 보지를 따먹지’)를 통한 골탕으로 교편을 놓고 이사를 가게 만든 것으로 첫번째 승리를 쟁취한다.

그 후 불꽃 모양 문신을 각각 왼쪽 어깨에 새김으로써 완전한 하나의 공동체가 탄생되고 모두 똑같은 스카프를 두르거나 같은 종류의 금색 장식 귀걸이를 차고 다니기 시작한 ‘폭스파이어’

매디는 윔피 워츠 삼촌이 버리려고 쌓아둔 쓰레기 더미 속에서 타자기를 발견하고 타자기를 가지고 싶었지만 삼촌은 5달러에 팔기로 약속하였고 돈을 다 모은 매디는 삼촌을 찾아가지만

삼촌은 가격을 8달러로 올리고 흥정을 통해 성교를 권유하지만 결국 매디는 도망친다

이에 폭스파이어는 윔피 삼촌을 복수를 하기로 하고 매디는 다시 삼촌에게 타자기를 구입하기 위해 삼촌을 만나지만 삼촌은 어느새 가격을 10달러로 올리고 난감해 하는 매디에게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다. 성교를 하려는 찰나 유리창을 깨고 달려들어 삼촌을 폭행하고 타자기와 8달러를 가지고 유유히 폭스파이어는 사라진다

새로 가입한 폭스파이어 일원인 바이올렛 칸이 비스카운츠의 일원인 문 뮬러와 오해를 살만한 신호를 했다는 주장을 빌미로 두 갱단은 싸움이 붙었고 이윽고 렉스의 나이프로 손쉽게 물리치지만 그 결과 학교가 발칵 뒤집히게 되고 폭스파이어는 자동차를 훔치고 광란의 질주를 시작한다

 

두번의 영화화 두번의 질주 두번의 반전

 

조이스 캐롤 오츠의 ‘폭스파이어’를 읽고 있으면 치밀한 인물들의 묘사와 생생한 배경들과 어울어지는 것들을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1996년 2013년 두번에 걸쳐 영화로 만들어졌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써니’(2011년)와 영화 ‘친구’(2001)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영화 써니에서 표현한 친구들과의 우정과 혹은 시기 그리고 치기어린 행동들과

영화 친구에서 나온 커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상황들이 오버랩 되었다

소설은 매디의 입장에서 쓰여졌지만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렉스가 될 것이다

어찌보면 평범한 소녀이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소녀이지만 폭스파이어 갱단의 사령관이 되면서

행동과 생각의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그 결과 렉스로 인하여 폭스파이어는 곤경에 처하기도 하고 하나로 뭉치기도 하면서 책의 내용은 전개된다

첫번째 질주는 어찌보면 의협심으로 인해 질주가 시작 되었다면

두번째 질주는 뜻하지 않는 결과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기도 한다

같은 질주이지만 그 양상과 이면은 서로 다르다 그로 인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과 미래, 원인과 결과, 처음과 끝을 고민하면서 렉스의 마음과 동화 되어 버린다

렉스는 처음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독자들의 눈과 상상력을 사로잡는 캐릭터이다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카잔차키스)의 조르바 같은 인물이다

날 것 그대로의 소녀이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하고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렉스는 다혈질의 골디와 똑똑하고 사려깊은 매디, 왕따를 당한 리타, 병신이라고 짝눈이라고 불리는 라나를 하나의 완전한 공동체를 탄생 시킨다

렉스는 소설 내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드는 곡예를 펼친다 그로 인해 두 번의 반전을 선사하여 책을 덮을땐 묘한 기분과 상상력의 여운을 남기게 만든다

 

 

인상 깊은 구절들

 

『나는 이제 다시는 그 시절처럼 홀로 지내지 못함을, 다시는 외롭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그 시절 신께서는 마치 당신께서 존재하지 않는 양 나로 하여금 홀로 외로이 지내도록 허용했고, 사실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혹은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당신 존재는 내 존재에 털끝만큼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쓰라린 진실로 나를 몰아붙였다』(70p)

 

『이제 와 돌아보면 결성 첫해야말로 폭스파이어의 역사에서 최고로 행복했던 시간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그걸 몰랐다. 당시에는 결코 모르게 마련이다. 그때는 삶을 직접 부딪치며 살아내고, 돛을 모두 올려 전속력으로 달리며, 열에 들떠 움직인다. 모든 게 안전해지고 과거지사가 되어 사라지고 나서야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래, 난 그때 행복했어. 지금은 다 끝난 일이고, 그때 내가 행복했다는 걸 이젠 알 수 있어”어쩌면 그런 깨달음은 죽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이득이 아닐까?』(86p)

 

『”처음에 두려움이 오고, 다음에 존경이 오는가다.’라고 테리오 신부님이 말씀하셨어.’이 지상의 억압받는 자들이 봉기하여 자신들의 법을 만드는거야.’라고”』(123p)

 

『개개인은 결코 불의를 개선할 수 없다고.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지구는 고통을 겪은 사람뿐만 아니라 침묵 속에서 고통받은 사람들의 곱게 갈린 뼈로 이루어져 있다고. 우리는 고통받는 인간과 동물에 대해 생각하는걸 좀체 견디질 못하지만 그들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고.』(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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