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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꽃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94
에브 파트노드 지음, 제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테아는 아파서 집안에만 누워지내는 아이이다. 평범한 아이들이 누리는 일상들을 살 수없는 테아에게는 대신 바깥세상을 관찰하고 경험한 기억들을 전송해주는 복제 인간 같은 자동인형이 있다. 자동인형은 매일 테아가 되어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테아의 일상을 산다. 그리고 밤이 되면 그날의 기억들을 진짜 테아에게 전달하는 것이 자동인형의 역할이다.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기억 전송에 문제가 생기고 자동인형에게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 찾아온다.

이 책을 보며 우선 저자의 소개를 통해 유리꽃이란 것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유리공예라는 것은 언젠가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었는데 진짜 꽃만큼 정교하게 빚어낸 유리꽃들이 어딘가에 방대하게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다. 실제로 한번 감상해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왜 저자는 자동인형인 테아의 눈을 유리눈으로 묘사했을까? 비록 유리꽃처럼 가짜이지만 진짜 테아의 눈 같은 정교하고 살아있는 눈처럼 존재했기 때문일까? 자동인형이 바라보는 세상이 어느샌가 진짜 테아가 보는 것처럼 생생했기 때문일까. 그 유리눈을 통해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자동인형에게도 자신의 삶처럼 느끼게 해주는 통로가 되었을 것 같다.

테아가 어느샌가부터 알 수 없는 기억들의 이상함, 내것이 아닌 것 같은 불편한 감정처럼 자동인형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 진짜 테아에 대한 연민 등을 느끼고 그 경계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둘은 비슷하지만 또 다르기도 했다.
테아가 자동인형과 접촉하기 시작한 장면들에서는 조금 무섭기도 하고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체와 문장으로만 이어지는줄 알았는데 스릴러영화의 한 장면 같아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금지된 두 존재의 접촉 이후 둘이 진실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다.
테아가 비록 몸은 아프지만 자기의 삶에 대한 애착과 강인한 의지, 자유에 대한 갈망,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마음이 테아가 세상밖으로 한걸음 나아갈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없고 별볼일 없어보이는 삶도 당사자에게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인생일 것이다. 하루 하루 숨쉬고 보고 듣고 살아내는 그 순간들이 모여 그에게는 이야기가 되고 히스토리가 될 것이다. 기준은 다르고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각자의 인생은 저마다 특별하고 가치가 있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한번의 삶이 진짜 꽃이든 유리꽃이든, 중요한건 나만의 것, 나만의 시간이란 것이 아닐까.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을 돌아보며 삶의 소중함과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