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 코끼리와 코요테 -나현정-

비밀 : 코끼리와 코요테 ㅣ 인생그림책 28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1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죽음과 생명의 순환

이 책은 죽음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경이로움을 아름다운 그림과 신화적 서사를 통해 풀어냈다. 죽음을 앞둔 늙은 코끼리와 그런 코끼리를 바라보는 코요테의 대화를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무제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려내고 있다. 커다란 체리나무 아래, 늙은 코끼리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떨리는 다리, 점점 얕아지는 숨, 코끼리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무심한 숲의 정적 속에서 문득 작은 기척이 들려왔다. 민첩하고 가벼운 발소리, 코요테였다. 코요테는 왜 코끼리에게 다가왔을까? 둘은 무슨 대화를 나눌까?

코요테가 인사말을 건네지만 코끼리는 반가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코끼리는 죽음의 냄새를 쫓아 온 코요테가 자신이 쓰러져 죽기를 바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코끼리는 이제 바로 앞 체리 나무의 체리 하나 잡아챌 힘도 없음에 한탄한다. 코요테는 코끼리에게  세상에 끝이라는 건 없음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코끼리가 매일 하는 일, '매일 풀을 먹고 똥을 싸는 일'이 반복 될 것임을 알려준다. 코끼리는 자신이 코요테의 똥이 되는 사실에 분개 하지만 대응할 힘이 없다.

코요테는 그런 코끼리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어느 날, 숲을 걷고 있는데 멋진 전나무가 눈에 띄었다.  얼른 똥을 싸서 내 거라는 표시해 놓았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똥이 사라져버렸다.  똥이 비를 맞더니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봄이 시작될 무렵 그곳을 다시 지나는데 전나무 밑에서 새싹이 움텄다. 이 이야기에 코끼리 입에서 쿡 하고 웃음이 터졌고 웃음이 점점 커지며 콧바람이 불자 체리들이 동동동동 나무에서 떨어져 내렸다.

코요테는 죽어가는 코끼리에게  눈에 보이는 게 세상의 전부라면, 그것만큼 지루한 일도 없을 거라고 한다. 코끼리도 예전에 이 체리나무는 아주 작았고 체리도 없었지만 어느새 이렇게 큰 나무가 되었고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변하고 있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비밀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숲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건 참 멋진 일이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가고 초록으로 물든 숲에 작고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체리나무를 향해 사뿐사뿐 다가간 코요테가 한 송이 꽃 앞에 멈춰 섰다. '코끼리야, 너구나 이렇게 작고 예쁜 꽃으로 피어나다니 삶은 참 신비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