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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가출했다 ㅣ 아이앤북 문학나눔 30
김애란 지음, 임미란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22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기꺼이! 씩씩하게! 지루하더라도 느긋하게!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고, 가족간의 배려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도와준다. 1997년 IMF, 2008년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를 온 몸으로 겪고 애 둘을 가진 아빠가 되어 보니 책을 읽으면서 몇몇 대목이 울컥하게 된다. 아빠가 가출했다?라는 자극적은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아빠는 왜 가출을 하게 된 것일까? 아빠는 결국 돌아오게 될까? 한번 책속으로 들어가보자.
주인공 ‘애리나’의 아빠는 현재 가출을 한 상태이다. 일찌감치 명퇴를 하고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퇴직금을 송두리째 날렸다. 이후 자주 술을 마셨고 엄마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간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빠가 가출 하기 전 취직하라고 닦달하는 엄마, 무능한 아빠라고 무시하던 오빠, 아빠가 있을 땐 집에 친구도 데려오지 않던 애리나 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루 속히 아빠가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아빠의 퇴직 이후 엄마의 닦달에 떠밀리듯 시작한 주식이 신기하게도 돈을 벌어다 주었다. 수입이 늘자 친척들 돈까지 빌려 주식을 했고 결과는 끔찍했다.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었다. 회사 다닐 때 아빠는 언제나 바빴고, 실직했을 때는 거의 병풍 방에서 지냈다. 결국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갔고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아빠가 가출을 하고 나서 일상의 많은 변화가 온다. 엄마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고 오빠는 담배를 피고 싸움을 일삼는다. 주인공인 ‘애리나’도 친구들에게 아빠 없는 아이, 아빠가 가출한 아이라는 놀림을 받는다. 결국 아빠가 진 빚을 갚기 위해 외할아버지댁으로 전학까지 가게 된다. 애리나는 아빠에게 이메일로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담아 연락을 한다. 책 속에는 여러 번 메일의 내용을 통해 주인공의 심경의 변화를 잘 대변하고 있다.
또한 외상(?)으로 애리나에게 솜사탕을 주는 삐에로 아저씨와의 대화와 위로로 저자는 이러한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일자리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그 고통의 중심에는 여전히 대다수가 무방비로 노출 되어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존 하기 어려운 시대 속에 잠깐의 실직은 곧 삶과 직결 되어 있다. 실직과 가출, 가정 내의 불화를 진솔하고 현실적으로 잘 묘사한 작품 인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1997년 IMF가 떠올랐다. 당시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많은 회사가 파산하여 같은 반 아이들의 아빠들이 실직을 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옆에서 몸소 경험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저성장이라고 하지만 물질적 풍요속에 굶주림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아이들과 같이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