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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 차요!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10
박규빈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들 손에 바늘 대신 연필을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박규빈 작가의 <다름>(https://blog.naver.com/chihanjjang/221160267967)를 무척 잘 보았고 여전히 지금도 아이와 수시로 보고 있다. 특유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동화가 인상 적이었는데 이 책은 더욱더 그런 느낌을 많이 주었다.
책 속에는 ‘그 공 차요!’라는 대화 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또한 맨 마지막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는 더욱더 생생한 아이들의 삶을 표현한다. 파키스탄의 도시 시알코트에서는 매년 4천만 개의 축구공이 만들어진다. 축구옹은 공장에서 기계로 생산하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바느질해서 만든 것을 최상급으로 여긴다. 5살짜리 아이들을 포함하여 7천 명의 아이들이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학교에 가는 대신 일을 한다. 아이들은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하루 11시간 이상 바느질을 해야 한다. 축구공 하나당 겨우 1~200원을 받는다. 국제 사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야기했고 결국 파키스탄에서는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정당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세계 곳곳에서는 약 1억 5천만 명의 아이들이 힘든 노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쓰레기장이나 농장, 각종 공산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하루 종일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 분쟁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소년병으로 전쟁의 소모품처럼 살아간다. 매년 6월 12일은 국제노동기구가 정한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이다.
현재 주 5일제가 거의 모든 곳에 정착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 6일을 하는 회사가 많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불과 50년 전만 해도 주 6일도 쉽지 않은 환경 속에 살았고 노동자의 인권이 묵살 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전태일 열사가 떠올랐다. 그는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봉제노동자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가 1970년 11월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치며 분신하였다. 그의 죽음은 한국 노동운동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공급받고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겐 사치로 보여질 수 있다.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에 놓인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욕심과 탐욕, 무능이 빚어낸 결과이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축구공을 만들고 쓰레기 더미에서 쓸만한 물건을 건지고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기계처럼 봉제일을 하며 자신의 키 만한 총을 들고 있는 것은 비정상이다. 이런 일을 멈추기 위해선 국제 사회의 노력과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책을 읽고 아이는 큰 충격에 빠졌지만 이것도 엄연한 현실이기에 외면할 수 없다. 전세계 아이들의 숨은 이면을 잘 묘사한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