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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를 위해 지은 집 ㅣ 나린글 그림동화
앤 부스 지음, 데이비드 리치필드 그림, 나린글 편집부 옮김 / 나린글(도서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감정에 대한 배려와 관심의 필요성
이 책은 우리에게 찾아온 슬픔을 돌아보는 것을 알려준다. 어느 날 슬픔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슬픔이를 위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슬픔이는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잔뜩 웅크려서 아주 작아지거나 커지고 싶은 만큼 커질 수 있다. 뛰어다니거나 가만히 서 있거나 마음껏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을 수도 있다. 하루종일 벽을 보고 있어도 되고 언제든 창밖을 내다볼 수도 있다. 슬픔이가 원한다면 창문에 커튼을 칠 수 있고 촛불이나 램프를 켤 수도 있다. 과연 슬픔이는 그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 집은 슬픔이에게 무엇이 될까?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아이과 같이 본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 라일리의 마음 속에 있는 ‘슬픔’이가 떠올랐다. 주인공 ‘기쁨’이는 라일리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기쁨만을 추구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슬픔을 통해 다시금 회복 되는 장면은 아이와 같이 영화를 보던 부모들의 가슴에 큰 울림과 눈물을 선사한다.
어느 날 주인공에게 슬픔이가 찾아왔다. 라는 말로 동화는 시작 된다. 그 슬픔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아주 커다랗고 큰 슬픔인 것은 확실하다. 슬픔이는 오랫동안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시련을 경험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진리가 있다. 슬픔이나 고통이 무엇인지 책이나 공부로는 배울 수 없다. 직접 느껴봐야 한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살아봐야 알게 되는 법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지지 못해도 확실히 존재하는 무언가 덕분에 우리는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보이지 않아서 명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명확한 것인지 모른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에 빠지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슬픔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눈물도 흐리지 않고 슬프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깊은 슬픔에 잠기면 오히려 눈물샘이 말라버리는지도 모른다.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 태연한 얼굴로 길을 걸어가는 무수한 군중 속에도 분명 슬픔을 간직한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가슴 속에서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고 있다. 눈물은 반드시 두 빰에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진정 강한 사람이다. 진실로 강한 사람은 슬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견디면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이별하는 날이 언젠가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로 이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