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필립 얀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이 책은 존 던의 <비상시의 기도문>를 기본으로 필립 얀시가 코로나 팬더믹에 맞는 묵상집이다. 치명적인 역병, 페스트가 런던을 휩쓸던 1623년 당시 저명한 종교직인 세인트폴대성당의 사제였던 존 던은 마지막 대역병때는 런던 인구의 1/3이 죽었고 1/3은 지방으로 이주해 런던은 유령도시가 되었다. 도로에는 풀이 무성했고 더러운 옷을 걸친 예언자들이 반쯤 미친 채로 인적 없는 거리를 활보하며 심판을 부르짖었고, 도시에 남은 거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런던의 죄를 물으시려고 천벌로 역병을 보내셨다고 믿었다. 그러던 중 존 던의 몸에도 질병을 알리는 첫 번째 반점이 나타났고 <비상시의 기도문>을 집필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확신하고 병상에 누워 전능하신 하나님과 허심탄회하게 씨름했고 후세를 위해 그 내용을 기록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 되어 있다. Part1은 존 던의 상황을 말해주고 Part2는 존 던의 일기를 필립 얀시가 풀어 쓴 내용을 Part3는 현재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바라보는 것을 담고 있다. 존 던의 <비상시의 기도문>은 표현이 너무 어렵고 옛날식 구문이며 문장들 가운데 일부는 미로 같은 종속절들 사이를 헤매고, 한 문장이 200개 단어를 훌쩍 넘기고 난해한 인유법이 등장한다. 저자인 필립 얀시는 코로나 팬더믹이 닥친 한 가운데 이 책을 다시 접하게 되고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묵상집으로 만들었다.




존 던은 1623년 걸렸던 병으로 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그의 병명은 임파선종 페스트가 아니라 발진 티푸스로 밝혀졌다. 그는 결국 살아남아 회복되었고 이후 세인트폴성당의 수석사제로 8년을 더 봉직했다. 던은 자신의 생애를 점검하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 고난의 시간들, 당시에는 치를 떨었던 상황들이 영적으로 성장하는 계기였던 것이다. 시련을 통과하면서 죄가 씻기고 인격이 다듬어졌다. 가난 덕분에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웠고 탐욕을 버렸다. 실패와 대중적인 치욕은 교만과 야심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특정한 사건에서는 원인을 파악하는 과제를 목사나 아마추어 신학자가 아닌 과학자의 손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존재들이고 대부분 유익하지만 일부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의 면역체계에 문제를 만들어 낸다. 하나님이 모든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 모든 폭풍, 모든 지각변동에 개입하시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하나님이 이 땅의 고통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려면 중풍 환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여인, 나병 환자들 사이를 다니셨던 예수님의 얼굴을 보면 된다. 그분은 잘못이 있어서 그런 운명에 처했다고 당대 사람들이 손가락질 했던 이들을 유난히 부드럽게 대하셨다.





코로나로 아시는 분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상처, 아픔, 슬픔을 경험하는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힘이 들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너무 쉽게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거나 하나님의 계획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이고 은혜이지만 슬픔 당하는 이들에게 그런 말을 사치이며 폭력일 뿐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글을 쓴 존 던은 결국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순종할 수 밖에 없었다. 삶과 죽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전능자의 손에 맡기는 첫 걸음인 듯 하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삶이 끝이 아닌 영원한 본향으로 되돌아가는 존재임을 인식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와 같은 팬더믹은 또 발생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 가운데 소천하게 될지 모른다. 하나님을 대면하고 그 분앞에 모든 것을 겸손히 순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책을 통해 알게 된 듯 하다. 




 





<인상 깊은 구절들>


●홀로 있는 것은 자연 질서에 역행하는 일이다.(74p)


●한 장기의 손상이 몸의 모든 활력 징후(vital sign)에 영향을 줄 수 있듯, 두려움은 마음의 모든 작용에 파고든다. 몸 안의 가스가 여러 질병으로 가장하여 통풍이나 담석으로 보일 수 있듯, 두려움도 마음의 여러 병으로 가장할 수 있다. 사랑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질투라는 의심에 찬 두려움일 수도 있다. 위험 앞에서의 용기로 보이는 것이 실은 체면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때문에 기겁할 수도 있다.(8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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