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말 - 아픈 몸과 말의 기록
홍수영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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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픈 몸과 말의 기록


 


 


이 책은 아픈 몸을 거부하는 사회에서 경증 근육병 환자로 살아가는 바디 에세이스트 홍수영의 질병 서사이다. 디스토니아(dystonia)는 경부, 체간(體幹)에 눈에 띄게 골격근의 이상한 지속성 수축에 의해서 생기는 기묘한 자세를 말한다. 북아메리카에서만 50만 명이 디스토니아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는 처방약은 현재 없다. 징후에 따라 약을 처방하지만 대개 치료는 극단적이고 침습적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14살 가을 디스토니아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목이 툭툭 하고 틱처럼 돌아가는 정도였으나 하루가 다르게 증상은 심각해졌다.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돌아가는 목 때문에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고 고개를 고정시켜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친할머니 손에서 자란 저자는 갓난아이였을 때 등에 업고 종일 밭일을 하셨는데 당시 위험할 만큼 목이 벌렁 꺽인 채 있는 모습에 친척들이 보고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컨디션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잘 먹고도 아프고 잘 자고도 아프고 아프지 않다가도 아프기 때문이다. 몸의 변덕에 치인 일상은 몸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하지만 어림도 없다. 몸은 일상을 놔주지 않는다. 일상은 반복되는 산란한 몸에 묶여 몸이 가는 곳으로 쓸려 다닌다.


<가볍지 않는 경증> 이 장에는 저자가 지하철에서 노약자 석에 앉았다가 당한 봉변이 상세히 적혀 있다. 맞은편 노약자석에 앉은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겉으로 보기에 건강한 여인이 앉아 있는 모습이 못마땅했을 듯 하다. '아가씨 지금 어른이 서 있는데 안 보여?' '여기 노약자석이라고 써진 거 안 보여?‘ ’요새 학교에서는 노약자석이 뭔지 안 가르치나?‘ ’노약자석 의미를 몰라?‘ 등 거친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저자는 복지카드를 보이고 아프다고 항변하지만 결코 사과를 하지 않고 자리를 뜬다. 누구나 실수 한다. 하지만 그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 부분을 읽다가 어린 시절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할아버지에게 지팡이를 맞았던 기억이 났다. 시골을 가는 버스 안에서 졸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어린 초등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모습에 화가 나셨는지 지팡이로 나를 쳐서 깨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맞아서 아프기 보다는 사람들의 쳐다보는 눈빛에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는 이런 할아버지가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저자의 경험담을 보니 아직도 겉모습만 보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상태에 따라 한마디 말을 내뱉기도 힘든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교감할 수 있는 어떤 장기적인 관계도 결여된 사람에게 언어는 가장 생경한 비언어가 된다. 하루의 대부분을 침묵속에서 보내는 편이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라기보다 입 몽우리에 말을 틔울 수 없어서였다.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져도 처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불편해했고 어딘가를 반복적으로 방문해도 한 번도 그 공간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가 읽어도 좋고 그렇지 않은 이가 읽어도 무방할 듯 하다. 저자가 짧게나마 유치부 사역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교회의 일들, 상처들은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되돌아 보면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낮은 자, 가난한 자, 고아와 함께 하셨던 모습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또한, 저자가 하나님에게 드리는 기도문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그간 느꼈던 저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있을 듯 하다.

 


<인상 깊은 구절들>


 


남들과 똑같은 시간 속에 흘러가고 싶다. 연습이 가능하고 익숙함을 아는 몸으로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다.(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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