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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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이 책은 플라톤이 제시한 공화국을 철학적인 담론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모델로 생생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유토피아(utopia)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로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만든 말이다.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은 'u'와 'topia'의 합성어이다. 'u'에는 '없다'라는 뜻과 '좋다'라는 뜻이 같이 들어 있고, 'topia'는 장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 '없는 곳(no-place)'이지만 그러나 '좋은 곳(good-place)'이라는 이중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과연 토머스 모어가 그리는 유토피아는 어떤 나라인 지 500여년전 쓰여진 <유토피아>를 한번 알아보자.


유포티아는 우선 섬나라이다. 높은 성벽, 요새, 사유재산이 없고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오전 3시간 오후 3시간)만 일을 한다. 사람들이 살게 될 집은 10년마다 추첨으로 새로 정해진다. 시장직은 독재를 한다는 의심을 받아 실각하지 않는 한 평생 유지 다른 관직은 한 사람이 오직 1년만 맡을 수 있다. 그곳은 노예도 있고 전쟁도 하고 일상생활을 모두 영위하지만 다른 나라와는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절도죄를 저지른 자들이 훔친 물건은 왕에게 구속되지만 ‘폴리레로스’ 나라에서는 원래의 소유주에게 반환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훔친 물건에 대한 권리가 절도범에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왕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훔친 물건이 없어지거나 망가져 못 쓰게 되어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면, 그 물건 값은 절도범의 재산에서 징수하고 나머지는 그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부채로 양도된다. 절도범은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


 

어떤 환자의 병을 고친답시고 또 다른 병에 걸리게 하는 자는 의사로서 자격이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성에게서 삶에 필요한 것을 빼앗지 않고는 오류를 바로잡을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왕으로서 자격이 전혀 없는 자이다. 그런 왕은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의 무능력과 오만을 고쳐야 한다. 그런 악덕 때문에 백성은 왕을 경멸하거나 증오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이 존재하는 곳에는 재화의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 어떤 명목으로든 개개인이 능력껏 재화를 긁어모으는 것이 허영된 곳에서는 재화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극소수가 그 모든 재화를 나누어 갖게 되고 나머지 대다수는 궁핍해지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재화가 공평하고 정의롭게 분배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인간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도 불가능함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사유재산이 존재하는 한 인류의 절대 다수 그리고 많은 선량한 자는 빈곤과 중노동과 염려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억눌린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짐을 어느 정도 가볍게 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제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농업은 유토피아 나라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없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 근교의 농장에 가서 직접 농사일을 경험한다. 유토피아 사람들의 입는 옷은 성별이나 결혼 여부에 따로 조금 다른 것을 제외하면 모두 똑같을 뿐만 아니라 평생 같은 옷을 입는다. 이 옷은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입는다. 대부분 아이는 부모의 직업을 배워 가업을 잇는다. 일하는 시간과 식사 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개인의 재량에 달려 있다. 대부분 사람은 여가 시간에 책을 읽는다. 시장이 발행한 여행 허가증 없이 제멋대로 거주 지역을 벗어나 돌아다니다가 발각된다면 심한 모욕을 당하는 것은 물론 도망자로 간주되어 소속 도시로 압송되어 중벌을 받는다. 벌을 받고도 무모하게 또다시 그런 죄를 저지르면 노예신분으로 강등된다.


 


유토피아 사람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고 혐오하는 것은 자기가 신세진 일이 없고 앞으로도 신세질 일이 없으며 어떤 점에서도 존경할 만한 것이 없는데도 단지 부자라는 이유로 하늘처럼 우러르고 공경하는 정신 나간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유토피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의 행복에 관한 것이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논의하고 행복이 어느 것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를 논의한다.


결혼은 성인 남녀가 벌거벗은 상태로 상대방을 고르는 것이며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이혼과 재혼이 가능하다. 또한 전쟁을 통해 얻은 노예만 인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상적인 공산주의 체계의 모습이 이런 나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탐욕, 이기심, 교만, 자만, 소유욕을 법으로 제어 할 수 있다는 모어의 생각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책이 500년전에 쓰여졌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회자되고 있는 건 아마 계급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계급을 대신하는 물질로 인해 점점 더 급속도로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이에 수반하는 여러 사회적 현상이 대두되기 때문일 듯 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안낳은 민족이 되었고 점차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 청년들은 결혼은 사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기업, 공기업에 입사하는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청년들은 결국 중견,중소기업에 입사를 해야 하는데 그 급여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꺼라는 생각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윗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나약함과 비겁함을 이야기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청년들이 느끼는 공포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가는 치솟고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들은 점차 늘어나지만 집값을 비롯한 의식주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결혼과 출산이 사치로 여겨지는 건 당연한 귀결일 듯 하다. 모어가 말하고자 하는 이상향의 가장 큰 키워드는 ‘평등’일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가장 인상깊은 말은 아마도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일 것이다. 젊은이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말이고 그것이 실현되는 사회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멀어 보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듯 하다. 500년전 토머스 모어가 제시한 <유토피아>가 허상이 아닌 현실이 되는 날이 속히 오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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