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유령 -윤지-

식빵 유령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36
윤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작은 식빵에 유령이 산다면?

이 책은 함께 살아가는 것, 일상의 만족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알려준다. 유령하면 으스스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지만 아이에겐 유령은 귀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식빵 유령은 행동, 생김새 모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식빵은 식빵 유령의 집이다. 언제부터 식빵 유령으로 지냈는지는 모른다. 오늘도 식빵 유령은 식탁을 빙빙 돌며 어제와 달라진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빵집에 사는 고양이는 아무리 말리고 화를 내도 계속 빵집을 어지럽힌다. 그럼 식빵 유령은 뒤치다꺼리를 한다. 고양이는 다음 날도 식탁 위로 쳐들어와 졸고 있다. 오늘도 식빵 유령은 집을 나서며 주위를 살핀다. 몰래 들어온 쥐가 식빵을 먹으려 하자 고양이가 나타나 내쫓아 준다. 그 모습에 식빵 유령은 처음으로 고양이가 고맙게 느껴졌다. 과연 식빵 유령은 빵집 고양이와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을까? 

다음날 식빵 유령은 고양이를 위해 빵을 준비해둔다. 여전히 고양이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채 골칫덩이다.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말썽쟁이 고양이가 보이지 않자 식빵 유령은 슬슬 걱정이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고양이는 고양이 유령이 되어 식빵 유령을 찾아왔고 둘은 식빵에서 같이 살게 된다. 이렇게 책은 끝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뜻은 아무리 천하고 고생스럽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일 듯 하다. 식빵 유령에게는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고양이가 신경을 많이 건드리는 존재처럼 여긴다. 하지만 생쥐가 나타나 두려움에 떠는 상황 속에 고양이는 뜻하지 않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며칠 보이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고 유령으로 온 고양이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삶의 소소한 것들에 대해 망각하며 쉽게 불평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듯 하다. 유령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러한 것을 알려준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곧바로 아이가 또 읽어 달라는 책이 있다. 그건 아이 마음에 굉장히 들었다는 표현인데 이 책은 두 번 연거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