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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자살했다 -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곽경희 지음 / 센시오 / 2020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이 책은 상실의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안겨주는 위로의 말들 되길 원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혼 하루 전날 남편이 자살 했다. 라는 문구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떠한 상황이었을지 무척 궁금했다.
저자의 남편은 마흔아홉 살에 죽을 거야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공교롭게도 남편은 마흔아홉 살을 한 달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베체트병'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을 앓는 환자의 평균 수명이 마흔 살이라고 한다. 그녀는 스물 셋의 어린 나이에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결혼을 결심 한 이유는 학대에 가까운 엄마의 폭언과 폭력이 있었다. 반면 남편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과잉보호와 과잉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런 어머니의 과한 아들 사랑은 결혼 후 집착으로 변했고 파국으로 몰아 넣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남편은 어머니와 비정상적인 스킨십도 있었다. 이미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여 자식까지 둔 다 큰 남자가 걸핏하면 어머니 무릎에 누워 젖가슴을 만졌다. 또한 마흔이 넘은 아들을 새벽에 깨워 욕실에 데려가 목욕을 시킨 적도 있다. 아이를 낳으면 남편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첫 째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들이 둘이면 좀 더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둘 째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남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혹시 딸이 생기면 딸아이가 주는 색다른 기쁨에 집에 더 일찍 들어오고 술도 덜 마시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에 셋 째 딸을 낳는다. 그러나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막내 딸이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해서 넷 째 딸을 더 낳는다. 이렇게 저자는 자녀를 넷 둔 엄마가 되었다.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남편이 술을 끊고 저녁에 일찍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과일을 함께 먹으며 대화도 하고 싶었다. 주말이면 함께 장도 보고 가끔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 소풍도 나가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평범한 삶이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첫 번째 이혼을 하고 남편은 1년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살도 빼고 술도 끊었다. 그래서 다시 합쳤다. 하지만 합친 이후 남편은 돌변하였고 이전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며 지냈다.
가족의 자살은 또 다른 가족의 자살을 유도한다. 세계 보건 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의 상당수가 자살한 가족에 대해 집착하고 그를 따라 죽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고 한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의 발표에 의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25%가 과거 가족 중에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울면서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은 착하게 살았는데 왜 불치병을 앓느냐고 억울해 했다. 그는 아버지와의 극심한 대립 속에 살아왔다. 남편이 죽고 나자 그가 살아온 인생의 무게와 실망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3가지 큰 원인으로 '건강의 문제' '정신 건강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을 꼽는다. 당시 남편은 이 3가지 모두를 겪고 있었다. 남편은 깊은 우울증 환자였고 알코올중독자였다. 불치병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살아야 했고 오랜 시간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살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자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2.3%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그것을 경고신호로 알아차린 사람은 23%에 불과하다. 나머지 77% 사람들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다.
자살 전문가들이 만약 자살자가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자살을 실행하지는 않는다. 남편은 그간 많은 신호를 알게 모르게 아내에게 보냈지만 아내는 술을 마시고 가정에 소홀했던 남편으로 기억하고 심지어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을 품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남편이 이혼 하루 전날 자살을 하고 나자 그녀는 오히려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상담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마주 하게 되고 네 자녀를 보고 힘을 내기 시작한다. 아직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완전하진 않지만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발걸음이 누군가에겐 큰 위로와 힘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