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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엄마, 제발 좀 사가세요!
한세경 지음, 이연정 그림 / 스토리-i / 2020년 10월
평점 :




작은 물건이라도 쓰임이 다할 때까지!
이 책은 중고 물품에 실증 난 아이의 모습을 통해 소비를 대하는 태도를 점검하게 해 준다. 중고 보다는 새 것이 좋고 새 것 보다는 한정판이 좋은 것은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심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점차 그 주기가 짧아지고 쏟아져 나오는 상품의 홍수 속에 어떠한 소비 형태를 지니고 있는지 주인공 ‘시후’를 통해 한 번 알아보자.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주인공 ‘시후’의 별명은 '중고품'이다. 많은 학용품들이 중고라서 아이들이 그렇게 놀리기 시작했다. 사후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가 처음 사온 중고품은 시후 책상이었다. 1학년 입학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시후도 책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 뒤로 엄마는 중고마켓앱으로 필통, 색연필, 크레파스, 플라스틱 학용품 정리함 등등 계속 사오기 시작했다. 시후는 엄마에게 2학년이 되어 새 가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또 중고 책가방을 가지고 왔다. 시후는 그런 엄마의 모습에 크게 화를 냈다. 엄마는 다신 중고로 물건을 사서 주지 않기로 약속을 한다.
2학년이 시작되고 너무나 예쁜 '미루'라는 여 학생이 전학 왔다. 미루는 자신의 생일 잔치에 성진이를 초대 했다. 미루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시후는 분홍색 가방을 선물로 주었다. 미루는 너무 마음에 들어 하며 직접 가방을 어깨에 걸쳐 맸다. 하지만 그 순간 가방 어깨 끈 하나가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성진’이는 선물도 중고로 사냐고 시후를 놀려 댔고 성진이는 엄마가 새 것이 아닌 중고품을 샀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시후는 엄마가 놓고 간 핸드폰에 깔린 중고마켓 앱에 ‘중고 엄마 팝니다’라는 글을 쓴다. 가격은 1000원. 설마 하는 순간 누군가 채팅을 걸어온다. 자신이 사겠다는 것이다. 과연 누가 중고 엄마를 사는 것일까? 시후는 결국 중고 엄마를 팔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짧은 동화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예전에 유해 했던 ‘아나바다 운동’이 떠올랐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를 줄인 말이다. 물건을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뜻으로 시작된 운동이다. 지금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쉽게 실증을 내고 쉽게 새 물건을 구입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중고 거래는 점차 활발해 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시후 엄마는 미루의 생일 선물로 새 상품을 사줬지만 불량품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시후는 자신의 엄마를 판 다는 글에 항상 자기를 놀리던 ‘성진’이를 만날 줄 몰랐다. 늘 신상으로 둘러 싸여 있는 성진이는 자기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하는 부모에게 많은 실증을 내고 있었다. 시후의 엄마는 비정규직 마트 근무를 하면서 편부모로써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모으고 아낀 끝에 자신 만의 카페를 차린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다. 개인의 선택이며 권리이다. 하지만 타인의 행위와 모습을 비난하는 것은 금해야 하며 그것이 설령 자신의 눈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비난을 합리화 할 순 없다. 자연스레 동화 속에 중고, 비정규직, 외로움, 신상과 같은 것들을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 현대인의 삶 속에 가진 많은 공허함과 무기력 그리고 불안감을 성진이와 시후로 대비되게 그려 놓았기에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