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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 - 6·25전쟁 70주년 특별기획 개정판, 목타르 루비스의 한국 종군기
목타르 루비스 지음, 전태현 옮김 / 어문학사 / 2020년 6월
평점 :

6·25전쟁 70주년 특별기획 개정판, 목타르 루비스의 한국 종군기
이 책은 6·25전쟁을 인도네시아인 종군기자의 시선으로 기록하였다. 목타르 루비스는 28살 젊은 나이로 한국 전쟁의 초기인 인천상륙작전 직후부터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에 이어 10월 초 의정부 탈환작전에 이르기까지 전쟁터 곳곳을 누빈 기록이다.
제 3자의 시각으로 한국 전쟁의 처참한 현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한국전쟁에 중립적인 입장이고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한국 전쟁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을 남긴다.

저자는 한국에 도착하기 위한 입국 허가서를 받기 도쿄 맥아더 사령부로 달려가 대면하자 순식간에 종군기자 신분증 카드를 발급 받는다. 전선에 필요한 의복과 휴대할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카드도 지급 받는다. 기자들은 미군 장교들과 동등한 신분으로 분류되어 미군 장교들의 군복을 지급 받는다. 전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 군복을 입고 왼쪽 팔에는 유엔기자 완장을 착용해야만 한다.
인도네시아인인 저자는 상대방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미소로 예의를 표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기록한다. 그것은 예전 인도네시아를 주름잡던 일본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일본군들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체득한 바 있다.

부산행 도로 상태는 전혀 양호하지 않았다. 엉덩이는 마치 홍두깨로 두들겨 맞은 듯 했다.라는 표현으로 당시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가는 길 내내 토할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그 냄새의 원인은 바로 '인분'이었다. 한국인들은 인분을 밭의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었기에 길가에 늘어선 채소 밭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났다. 당시 부산에는 인분을 사고 파는 특별한 시장이 있었다. 농부들은 인분을 구입하여 자신이 경작하는 논이나 밭 주변 큰 구덩이에 인분을 보관했다. 보관하던 인분이 굳어 두꺼운 겉껍질이 생기면 그것을 퍼내 물과 섞어 논밭에 뿌렸다.
미국 운전병은 한국인들의 몸 냄새도 장난이 아니라는 말을 기자에게 건네면서 한국인들은 평생 딱 3번만 목욕을 한다는 너스레를 떤다.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 두 번째는 결혼할 때, 마지막은 세상을 떠날 때. 당시 한국인들은 흰색 또는 검은색 상하의가 전부였고 다른 색의 옷을 입은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당시 서울 시민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수도관은 파괴되었고, 전기선도 끊겼고 쌀도 모자랐다.
저자는 당시 이승만 정부의 공보처장인 김활란을 만났다고 한다. 김활란은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장 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였고 공보처장(公報處長)을 지냈으며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한국여학사협회 회장 등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저자는 자신의 정보력으로 6.25전쟁의 현실을 기록하였고 남한과 북한의 대표적인 인물인 이승만과 김일성을 평가한다. 물론 그의 평가는 그가 모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 속에서 기록되었기에 사실과 많이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객관적으로 기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전쟁에 많은 종군기자가 있었다. 미국, 프랑스, 영국이 압도적이었고 극소수의 아시아 기자들도 있었다. 미국의 기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지역 출신의 군인을 찾고 인터뷰 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을 뿐 한국의 사정과 한국인에 대해 아무런 기사를 쓰지 않음을 밝힌다. 물론 그렇지 않고 한국과 한국인의 사정을 알리는 기자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면 현장에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가 말하는 것이 모두 사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저자는 머리말에도 썼지만 자신의 기록이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투쟁의 승리로 인도네시아가 민족적 독립을 쟁취하게 되자, 인도네시아인들은 서둘러 그동안 갈구했던 독립의 성과를 따내기에 급급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은 채 자리싸움과 부정부패 그리고 포격이 난무하는 아수라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70년이 되었다. 북한과의 관계는 좋아지는 듯 보이다 급격히 얼어붙고 화약고에 불이 붙기 직전의 모습처럼 여겨지기 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은 6·25전쟁의 참상을 되새기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