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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을 담그고 ㅣ 핑거그림책 4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0년 7월
평점 :

맑은 수채화로 담아낸 푸른 물빛의 추억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추억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어린 소녀와 아빠는 낚시 여행을 간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낚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별로 좋지 못했다. 낚시꾼이라는 말로 대변될 정도로 남성들의 惡취미 중 하나로 일컬어 지기도 하였다. 최근 방송에는 낚시를 주제로 하는 예능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채널A에서 2017년 9월부터 절찬지 방영중인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가 있다. 낚시라는 취미가 어느덧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되었다.

주인공 소녀는 아빠와 함께 좋아하는 작은 통통배를 타고 강으로 낚시를 간다. 도착 하니 물결 속에 하늘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자신의 모습도 보인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작은 집, 이곳 에서 낚시를 하기로 한다. 아빠가 낚싯대를 꺼내 미끼를 매다는 모습을 보니 불쌍한 지렁이가 떠오른다. 아빠는 멀리멀리 낚싯대를 던졌다. 과연 어떤 물고기가 잡힐까? 언제쯤 물고기가 잡힐까?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물고기를 잡는 찰나의 순간, 일명 ‘손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또 무료하게 보이는 낚시를 왜 하냐의 물음에 다들 세월을 낚는다고 하면서 잡생각을 떨쳐내고 무념무상(無念無想)에 빠지게 되는 것을 좋아한다. 부녀는 함께 낚싯대 끝을 바라본다. 낚싯대 끝이 물결을 따라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작은 물결들이 자꾸 생겨나고 점점 커지다가 사라져 버린다. 소녀와 아빠는 하늘 물결이 되기도 하고 산 물결이 되기도 하고 바람 물결이 되기도 한다. 한참 동안을 출렁이는 물결을 보고 있어도 하나도 심심하지 않는다. 그 순간 찌가 요동치고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지면 결국 놓치고 만다. 그래도 부녀는 행복하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소천(召天)하신 아버지가 많이 떠올랐다. 평소 낚시를 즐기셨고 나도 함께 아버지와 낚시 하러 자주 갔다. 난 분주한 아버지 옆에 멍~하니 앉아 있다 낚시대가 움직이는 것 같으면 한번씩 들어올리고 그러면 눈먼(?) 물고기를 종종 잡기도 했다. 미끼를 끼우는 것, 낚시대를 펴는 것, 정리를 하는 것, 항상 오로지 아버지의 몫이었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젠 내가 아버지가 되었다. 7살 아들과 여태 낚시를 한 번 간 적 없다. 집에 낚시대도 없을 뿐더러 아이와 낚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마 나도 모르게 아버지처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작년 말 아들이 낚시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 하여, 올해 봄 아들과 강화도로 낚시 여행을 계획했는데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 하루속히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한 번 낚시를 해봐야겠다. 책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수채화로 그렸기에 인물들의 세밀한 표정과 풍경은 보이지 않지만 의미 전달은 명확히 된다. 그 점이 무척 좋았다. 그간 조미자 작가님의 작품을 여럿 읽었는데 매번 아이가 새로운 느낌을 받는 듯 하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