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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행복을 찾은 순간 죽음을 맞은 애니의 달콤쌉싸름한 천국 여행
이 책은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긍정하는 미치 앨봄의 슬프고도 상냥한 소설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유명한 미치 앨봄의 장편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특유의 따뜻함과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애니’는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추락하는 기구에 깔려 죽을 뻔 했다. 당시 놀이공원 관리인의 도움으로 애니는 살아났지만 왼쪽 팔을 접합 하는 수술을 받고 살아간다. 그 사고로 애니를 살리고 관리인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애니는 자신의 불우한 인생을 한탄하면서 살다 고등학교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파울로를 만나 친구로써 좋은 감정을 유지하지만 파울로는 이탈리아로 이민을 가고 결국은 헤어진다. 그리고 15년의 치열하고 힘든 삶 끝에 다시 만난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결혼식을 치른 날 북극광을 보러 가는 길에 우연하게 도와준 이가 건넨 이의 명함에 적힌 열기구라는 것에 갑자기 첫날 밤을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열기구는 결국 추락하고 애니는 자신의 폐를 강제로 남편에게 주기로 한다. 그리고 천국을 경험하게 되는데..

천국에 도착한 애니는 자신의 인생에서 영향을 미쳤던 다섯 사람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자신의 짤린 왼쪽 팔을 접합한 의사 선생님이었다. 애니는 너무 어렸고 당시의 기억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알아볼 수 없었다. 의사가 왜 자신을 기다렸고 자신을 만나야 하는 지의 과정을 듣고 애니는 수긍하게 된다. 과연 애니는 나머지 네 명은 누가 될까?
애니의 삶의 시간과 천국에서 만나는 이들의 시간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다른 이의 삶을 바꿀 수도 있고 다른 이가 나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어떤 행동 하나의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지만 또한 어떤 실수 하나에 평생 숨기고 살 수 밖에 없는 죄인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일생을 한 마디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주변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사후 세계에 대해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육체적 죽음으로 겪는 슬픔은 남은 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고 아예 외면하는 이들도 있다. 책은 천국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반추 해보는 것과 더불어 자신이 누군가에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의 작은 실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연이어 천 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국내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가 있다. 현재 3,4편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가히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듯 연이어 한국 영화의 흥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천 만명’을 연달아서 돌파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이들의 죽음에 대다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슬픔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에 대해 적절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를 했기에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영화를 본 것은 아닐까 싶다.

<인상 깊은 구절들>
돌버트가 트럭을 몰고 나왔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애니와 파울로가 마지막 사진 촬영을 위해 도중에 서지 않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리무진 운전기사가 아파트 문 옆에 놓아둔 가방을 잊지 않고 챙겼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인생사는 연필과 지우개가 휙휙 지나가면서 시시각각 쓰인다.(23p)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는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113p)

아이들은 부모를 필요로 하면서 삶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를 거부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부모가 된다.(13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