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들의 자폐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어느 뇌과학자의 기록

이 책은 세계적 뇌과학자 아버지와 자폐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애는 유전 유무와 상관 없이 부모에게도 본인에게도 너무나 견디기 힘든 일상을 제공한다. 세계적 뇌과학자로 알려진 헨리 마크람에겐 사랑스러운 두 딸이 있었고 셋째로 태어난 아이가 바로카이였다. 카이는 태어났을 당시부터 조금은 특별한 아이처럼 보였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관찰했던 엄마는 병원에 데려가 아이를 보여주었지만 의사들은 아무런 증상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책의 첫 장면은 아들 카이가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엄마 자동차 키를 빌려주는 일화로 시작한다. 이 모습은 자폐를 가진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아니지만 일반적이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포옹하고 친구가 되었던 아들 카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의례(儀禮)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까다로워졌다는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항상 하던 행동, 동작을 반복해야만 한다. 아침마다 어떤 바지를 입고 양만을 신을 것인지 실랑이를 벌여야 했고 저녁에는 코티지치즈가 들어간 빵을 먹지 않고서는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자제력을 잃으면 입에 담지 못한 욕설을 퍼붓고 소리를 지르면서 난동을 피웠다.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자녀가 고통 속에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켜봐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특히 세계적 뇌과학자 라고 불리고 전세계 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던 학자였기에 더욱더 아들의 모습은 가시가 되어 헨리 마크람의 가슴에 꽂히고 그의 열정이 식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사람들은 으레 뇌과학자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어 특별한 대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아빠와 엄마의 헌신적은 노력과 정성에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아빠인 헨리는 의사로서, 생물물리학자로서 아들 카이의 세세한 부분을 바라 보았고 두 번째 엄마인 카밀라는 생물심리학자로써 전체를 보았다. 어떤 장애도 자폐증만큼 많은 원인과 증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측면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자폐인에게는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폐증이 발견된 이후부터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했다. 그러자 자폐인에게서 결함이 보였고 기존의 이미지가 고착됐다.

자폐증 연구에는 항상 동물실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대부분 원숭이를 대상으로 하고, 주로 뇌에서 편도체(amygdala, 扁桃體)를 제거한다. 그러면 원숭이는 모든 욕구를 상실하고 구석에 처박혀서 더 이상 다른 원숭이와 소통하지 않는다. 자폐성 증상이 그렇듯이 연구자들은 상호작용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나긴 실험 끝에 연구원 타니아는 상호작용이 감소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라는 것을 밝혀냈다. 기존의 이론은 세포 속의 움직임, 실험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학습, 두려움, 기억이 감소함으로써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여겼지만 실제 실험을 통해 반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헨리는 강렬한 세계 증후군이라는 쉬운 말로 대중에서 설명한다. 그간 자폐증은 뇌가 활성화 되지 않아서 약물로 뇌를 자극 했지만 헨리는 자폐인의 뇌는 억제도어 있지 않으며 지나치게 성능이 좋고 과하게 네트워크화되어 과도한 정보를 저장함으로써 세상을 적대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으로 강렬하게 경험한다고 알려준다.

자폐증은 태아일 때부터 발현할 수 있다. 모든 임산부는 처음부터 조심해야 한다. 약물, 환경호르몬, 알코올, 신경관이 닫히는 시기에 술을 마시면, 즉 태아의 뇌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단 한 잔의 와인으로도 유전적으로 취약한 아이 50명 중 한 명이 자폐증을 갖게 된다. 자폐증이 발견되더라도 정신질환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뇌를 자극하는 일은 자폐증을 촉진한다.

아이가 올바른 환경에 놓여 있다면 발작은 완화되거나 방지될 수도 있다. 평범한 아이들과 달리 여과된 세계에서 자라고 보호받아야 한다. 조용하고 예측 가능한 삶이 필요하다. 컴퓨터, 텔레비전, 화려한 색, 놀라운 일이 없어야 한다. 놀라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런 일은 기억 속에 각인되고 기억은 삶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뇌는 진정되어야 하고 학습은 천천히 진행되어야 한다. 과정하자면 인지적 능력이 축소 되어야 한다.

아들 카이는 장성한 아이가 되었고 법원의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젠 폭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만약 카이의 아빠가 뇌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이었고 다른 자폐아처럼 약물로 치료를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자폐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자폐아를 본다면 좀 더 친근하면서 조심스럽게 대할 수 있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