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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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의 양면성

이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을 배경 삼아 상식과 비상식,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우선, 여자 작가의 섬세하고 구체적인 감정 표현이 일품이다. 남중-남고-공대-군대를 나온 나에게도 초등학교 시절 여자아이와 티격태격 놀던 기억, 서로 짝사랑하고 표현하고 소문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편의점 인간>무리타 사아캬의 작품 세계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 도전하고 상식을 뒤엎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주인공인 다니자와 유카는 반에서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초등학생 여자애이다. 다른 친구 두 명과 즐겁지만 눈치싸움이 심한 관계를 유지한다. 둘이 되기도 하고 때론 셋이 되기도 하면서 서로를 칭찬하는 척 하면서 은근히 무시하고 무리에서 이탈되지 않으려 권모술수가 난모 하는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다.

그러던 중 다니자와 유카는 서예 교실을 함께 다니다 친해진 남자애이부키 요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키는 작지만 축구를 잘하는 이부키 요타는 누구와도 스스럼 없이 잘 지내는 모습에 주인공은 남자아이를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들기로 계획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강제로 키스를 함으로써 수시로 장난감임을 인식하면서 우월한 생각에 빠져 지내게 된다. 중학생이 되자 주인공은 스스로 볼품이 없어진 얼굴과 외모에 주눅이 들어 생활하지만 이부키 요타는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많은 아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 주인공은 자신의 장난감이라 생각했던 이부키 요타의 인기를 시샘하지만 타인들 앞에서 거리를 두고 아무 관계가 아닌 척 유지를 한다. 그리고 구강 성교를 하고 마지막엔 같이 성관계를 맺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키스를 당하고 구강 성교를 당했지만 어떠한 반항도 제지도 하지 않은 이부키 요타의 모습은 의구심을 많이 남긴다. 하지만 마지막 성관계를 맺을때는 먼저 키스를 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에 맞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자연스레 여자애들이 다섯 그룹으로 나뉘어 진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치마를 줄이거나 교칙에 어긋나는 투명 매니큐어를 바르는 등 살짝 불량한 행동을 하며 외모를 꾸미는 잘나가는여자애들, 조금 유치하지만 활발한 여자 애들, 얌전하고 성실한 여자 애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장소와 환경 뿐만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경험했던 감정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에게 투영했을 듯 하다. ‘관찰하는 나로 만족하면서 끝까지 가슴 속 깊이 숨겨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디에도 끼지 못한 채 방황하는 수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듯 하다. 재수없다. 죽고싶다. 싫다 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본인 스스로 하고 듣고 나서야 주인공은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재개발이 한창이던 마을은 정체되어 마치 죽은 마을처럼 되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공사를 재개하고 막혔던 터널이 뚫리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권력이라는 힘 앞에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양면성을 잘 표현한 소설인 듯 하다. 특히, 여자의 섬세한 내면 표현이 일품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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