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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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야기-탄생

이 책은 이제껏 우리가 몰랐던 한국인의출생의 비밀을 밝혀준다. 검색창에이어령이라고 치면1934 1 15일이라고 나온다. 지금 그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집필에 몰두 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이어령 박사, 교수, 시인, 비평가, 학자, 소설가, 행정가, 행정가, 문화 기획자 등 수많은 직함을 가진 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남기는 어쩌면 마지막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다가 꼬부랑 강아지를 만나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이어령 교수는 꼬부랑 꼬부랑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준다. 그의 서사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깊고 넓어 측량이 힘들지만 어렵지 않고 술술 귀에 착착 감기기에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따라 갈 수 있을 듯 하다.

한국인 이야기 77세이던 2009년에 시작되었으니, 그 첫 권인탄생편 《너 어디에서 왔니》가 출간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2009 년 중앙일보에 연재를 시작를 시작으로 2015년에 10부작으로 방영 한 <이어령의 100년 서재>에서 짧막하게 글들을 소개 하였지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잘 정리되어 책으로 출간되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소식이 될 듯 하다. 

<나도 한때손가락으로 검색하지 말고 머리로 사색하라고 젊은이들을 향해 큰소리친 적 있지만 이제는 거꾸로다. ‘사색하려면 검색하라.(26p)> 라고 예전과 달라진 환경에 서스럼없이 인정하고 수긍하는 그의 태도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의 원천이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태명-배네-출산-삼신-기저귀-어부바-옹알이-돌잡이-세 살-나들이-호미-이야기 고개로 총 12고개로 책은 구성 되어 있다. 각 고개의 제목만 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언뜻 짐작이 안 가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무엇을 의미하는 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2015년에 방송한 <이어령의 100년 서재> 10부작을 본 애청자로써 이 책을 보면서 그때 교수님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태명 고개에서 일본인 아내가 지은 태명은꼬물이이 말은 한자로 쓸 수 없음을 이야기 하면서

<한국의 태명은 순수한 한국말 그중에서도 풍부한 의성어를 이용해서 지은 것이 많다. 여전히 한자의 작명법에 의존하는 일본인 처지에서 보면 부러워할 만도 하다.(30p)>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을 태명에서부터 찾아 시작하는 교수님의 능력에 감탄이 나온다. 발로 차는 축구가 있기 전에 우리에게는 의미심장한 태권과 배내 발차기가 있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태교, 태명, 태권이 한류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우리말에는 아이가 태어나 제 앞가림을 할 때까지 그 성장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신기한 낱말 하나가 있다. ‘떼다라는 말이다. 태어나자마자 탯줄을 자르고 배꼽을 뗀다. 다음에는 젖을 떼고 똥오줌을 가리게 되면 기저귀를 뗀다. 그리고 기어다니던 아이가 걸음마를 배워 첫발을 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옛날이라면 천자문을 떼고 요즘이라면 한글을 떼야 비로소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배꼽 떼고, 젖 떼고, 기저귀 떼고, 발 떼고, 천자문 떼지 않으면 평생쓰는 응석받이로 어른이 되지 못한다.(139p)>

<‘뗀다’는 말만 아니다. 그말과 함께 따라다니는가르다’ ‘가리다라는 말도 있다. 배꼽을 떼려면 탯줄을 가르지 않으면 안 되고, 젖을 떼려면맘마지지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기저귀를 떼려면 무엇을 가려야 하나. ‘쉬쉬끙가로 똥오줌을 가려야 한다. 발걸음을 떼고 걸으려면 이번에는 안과 밖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기 앞을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떼다가리다의 우리 토막이말만 알면 갓난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잘 키울 수 있다. 밥 먹기 전에 식기도를 하듯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항상 세 살 때 배운 내 모국어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부모 자식 그리고 아내보다도 더 오래 함께 살아온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막말로 비하했던 나의 한국어요 나의 한글이니까(140p)>

기저귀 고개에 나왔던 부분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한국어에 대한 신비스러움과 동시에 너무나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떼다와 가리다 이 말들로 갓난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니 경탄을 감출 길 없다.

한국인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세계인들은 외면해버렸거나 생경한 문화, 풍습, 전통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것을 한국인의 정서의 뿌리로 보고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현재를 지나 미래에까지 뻗어 나가게 생각하는 그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돌잡이를 하고 아이를 등에 들쳐업고 논, , 집안일을 해야 해서 포대기를 쓰고 가위 바위 보를 비롯해 숫자 3을 단순히 좋아한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 뚫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이 다음 시리즈도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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