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修辭學

이 책은 2,400년 동안 수사학 체계에서 ‘논증’ 이론에 관한 성찰의 기본서이다. 서양철학의 3인방이라 하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를 뽑을 수 있을 듯 하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를 작년 말 처음 읽었다. 술술 쉽게 읽혔던 부분도 있지만 읽었지만 전혀(?) 기억에 안 남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소크라테스, 플라톤이라는 이름만 알고 있던 나에게는 신선하고 좋은 기억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은 연설에 관한 가장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저서로 유명하다.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의 한 분과이다. 사전적 의미로 수사학[rhetoric, 修辭學]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나와 있다. 또한 수사학에 수사(修辭)란 언사(言辭)의 수식(修飾)이란 뜻으로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

책은 3권으로 구성 되어 있다. <1>에서는 연설가가 사용해야 할 수사학의 전체적인 맥략을 짚어 준다. 본질, 정의, 유형, 국가 형태, 불의와 불법, 즐거움, 범죄 등이 나온다.

<2>에서는 연설가가 사람들을 설득할 때 인간의 여러 감정(감정과 성격, 분노, 평정심, 우의와 적의, 두려움과 자신감, 수치심, 호의, 연민, 의분, 시기, 질투)이 어떤 것으로 생겨나고 없어지는 지를 알려주기 위해 일일이 풀어 설명하여 알려주고 또한 각 시기별(청년기, 노년기, 장년기)과 생략삼단논법에 대해 설명한다.

<3>에서는 연설가가 신경 써야 할 문제들(문체, 비유, 운율, 문장, 질문)에 대해 알려준다.

말로 신뢰를 주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은 화자의 성품과 관련되어 있고 어떤 것은 청중의 심리 상태와 어떤 것은 뭔가를 증명하거나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말 자체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가 지혜로웠고 정의로웠다는 사실을 증표로 삼아 지혜로운 자는 정의롭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증표이긴 하지만 도출된 결론을 반박하는 일은 가능하다. 증표 자체가 말하는 것은 참이지만 결론은 삼단논법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사람의 몸에서 열이 나는 것으로 보아 그에게 병이 있다고 말하거나, 어떤 여자에게서 젖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 그 여자는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필연적인 증표라고 할 수 있다. 오직 그런 증표만이 참되고 반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거가 된다.

수사학은 연설을 듣는 청중에 따라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모든 연설은 화자, 주제, 청중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 수사학의 목표는 마지막 요소인 청중이기 때문이다. 조언을 위한 연설, 법정에서의 변론, 선전을 위한 연설이다. 수사학에서 전제가 되는 것으로는 증거와 개연적은 것과 증표가 있다.

다른 것을 능가해서 더 선호되거나 더 훌륭하다면 더 좋은 것이다. 예컨대, 정확히 보는 것은 정확히 냄새 맡는 것보다 더 좋고, 친구를 사랑하는 것은 돈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기 때문에 더 좋다. 역으로 더 좋은 것을 능가하는 것은 더욱 좋은 것이고, 더 훌륭한 것을 능가하는 것은 더욱 훌륭한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더 훌륭하거나 더 좋다면, 더 좋은 것을 원하는 게 더욱 좋기 때문에, 더 좋고 훌륭한 것을 원하는 게 그 더 좋고 훌륭한 것으로 인해 더욱 좋다.(51p)”

위 문장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문장들이 책 속에 끊임없이 나온다. 이런 것들이 수사학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당시 국가 형태는 네 가지였다. 민주정, 과두정, 귀족정, 군주정

민주정은 추첨을 통해 관직을 배분하는 국가 형태

과두정은 재산을 가진 정도에 따라 매겨진 등급에 의거해 관직을 배분하는 국가 형태

귀족정은 법률로 정해진 교육받은 정도에 따라 관직을 배분하는 국가 형태

군주정은 모든 사람의 주인인 국가 형태

군주정에는 두 종류가 있다. 군주의 권력에 일정한 제약이 가해지는 것을 군주정, 어떠한 제약도 가해지지 않는 것은 참주정

민주정의 목표는 자유, 과두정의 목표는 부, 귀족정의 목표는 교육 및 제도, 참주정의 목표는 참주 자신의 안전이었다. 그렇기에 저자는 각각의 국가 형태와 목표에 맞는 수사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발과 변론을 하는 연설가가 알아야 할 세 가지. 첫 번째는 사람들이 불법을 행하는 동기에는 무엇이 있고 그 종료는 얼마나 많은 가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어떤 상태에서 불법을 행하는가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불법을 행하는가이다.

불법을 행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말솜씨가 좋은 자들, 세상 물정에 밝은 자들, 소송 경험이 많은 자들이다. 친구나 돈이 많은 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자들이 방금 말한 조건을 아울러 갖춘 경우에 그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더라도, 그런 조건을 갖춘 친구나 조력자, 공범들이 있다면 불법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불법을 행하고도 발각되지 않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발당하는 자는 자기가 특정 행위를 했음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 또는 고발장에 기재된 그런 특정한 범죄라는 것은 인정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예컨대, 물건을 가져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절도임은 인정하지 않고, 먼저 때린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폭행임은 인정하지 않으며, 여자와 함께 잤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간통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는 절도죄를 지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성물절도죄임은 인정하지 않고, 남의 땅을 침법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공유지를 침범한 것임은 인정하지 않으며, 적과 내통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반역죄임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런 범죄가 성립하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알려면, 우리는 절도가 무엇이고 폭행이 무엇이며 간통이 무엇인지를 정의함으로써, 어떤 것이 합법 행위이고 어떤 것이 불법 행위인지를 확정해야 한다.(89p)”

위 문구를 읽으면서 문득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2005 4 11, 아이돌 그룹 클릭비의 멤버인 김상혁이 음주운전으로 일으킨 3중 추돌사고 뺑소니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 이후 정황상 확실한 사안을 모순되는 말로 부인할 때 빈번히 쓰이는 비유 중 하나가 되었다.

수사학은 판단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연설가는 자신의 연설이 뭔가를 입증하기에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만 신경 써서는 안 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보여주어 연설을 듣는 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연설가를 신뢰하게 하는 세 가지는 요소는 현명함, 미덕, 선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말이나 조언에서 거짓을 행하는 것은 이 세 가지 전부 또는 일부가 원인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연설가가 청중에게 신뢰를 받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았고 현 시대와 동떨어진 이야기들도 상당히 있었다. 다만 번역이 매끄러워 난해한 부분은 없어 좋았다. 옮긴이의 해제를 통해 수사학의 배경과 당시의 대중 연설, 정치학, 변증학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와 저작, 사상에 관한 글들을 읽고 나니 한결 더 쉽게 다가오는 듯 하다. 시간이 더 흐른 후 여러 가지 서양 철학 책을 접한 후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