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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딘 로베르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지연리 옮김 / 달리 / 2019년 11월
평점 :




외롭고 우울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림책
이 책은 외롭고
우울한 감정과 그것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가치에 대해 알려준다. 누구는
코끼리가 화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는 코끼리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인다고 했다. 코끼리가 그늘을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초원에 사는 동물 친구들은 그늘에 힘없이 있는 코끼리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머리를 맞대고 코끼리를 즐겁게 해 줄 방법을 궁리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동물 친구들 중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원숭이는 코끼리를 찾아가 자기가 아는 제일
우스운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코끼리는 웃지 않았다.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코끼리는 원숭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일 뿐 그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과연 코끼리는 왜 그늘에 누워 있는 것일까?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타조 자매는 스윙-캉캉이라는 웃긴 춤을 만들어서 코끼리에게 보여 주었지만
물끄러미 지켜보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누웠다. 그 다음 악어는 상자 가득 코끼리가 제일 좋아하는
연한 아카시아 잎을 담아 코끼리에게
주었다. 코끼리는 악어의 선물에 관심이 있는 듯 몸을 일으켜 앉는 듯 했지만 다시 뒤돌아 누워 어두운
그늘에서 눈을 끔뻑이며 한숨만 내쉬었다.
시간이 흘러 길을 가던 어린 생쥐 한 마리가 코끼리에게 옆에 앉아도 되는 지 다가가 물었다. 생쥐는 코끼리를 웃기기 위해 찾아 온 것이 아닌 그냥 쉬기 위해 온 것이었다.
하루 종일 언니의 황금색 열쇠를 찾아 다니느라 지쳤기 때문이다. 너도 힘들겠구나 라고 코끼리가
말을 하고 울기 시작했다. 우는 코끼리를 보며 생쥐도 울음을 터뜨렸다.
한바탕 울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코끼리는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딛어 그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생쥐 곁으로 다가갔다.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 어려움,
낙심이 찾아 오면 쉽게 조언을 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동화책의
내용은 성서 속 <욥>의 이야기와 비슷한 전개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성서에 나오는 욥은 아무런 잘못이 없이 큰 고통 속에 처하게 되고 욥의 친구들은
조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욥을 심정적으로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 하였다.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타계하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만히 들어주는 친구는 없다. 모두가 각자 조언을 하지만 그 조언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찾아온 가장 힘이 없어 보이고 미약한 생쥐는 조금씩 조금씩 다가간다.
그리고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다. 결국 코끼리는 생쥐의 이야기를 듣고 울음을 쏟고 친구가
된다.
코끼리는 조언을 바라는 것이 아닌 말 동무가 필요 했을 수도 있다. 상황을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닌 마음을 바꾸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생쥐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하루 빨리
코끼리의 마음을 바꾸기 위한 행동을 했지만 생쥐는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큰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는 그 어떤 조언 보다 가만히 들어주는 것, 옆에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