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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리냐고?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27
매리언 튜카스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거장이자 천재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의 청색시대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간결하게 그린 훌륭한
그림책이다. 빌리와 배트는 단짝 친구다. 둘은 뭐든지 함께
한다. 그중에서 함께 그림 그리는 걸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배트가 사라졌다. 배트는 빌리에게 한동안 어딜 가 있어야 한다는 쪽지만 두고 가 버렸다. 과연 배트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배트가 떠나고 나서 빌리의
감정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빌리는 단짝 친구가 옆에 없으니 우울해졌다. 우울한 기분은 파르스름한
멍처럼 점점 번져 갔다.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라고 빌리는 말했다. 빌리는 가장 먼저 파란 바나나를 그렸다. 파란 오렌지, 파란 나무, 모두 다 파란색으로 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부엉이와 고양이가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왔다. 고양이는
새로 사 온 초록색 모자를 쓰고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빌리는 고양이와 부엉이를 그렸지만 모두 파란색으로만
그렸다. 빌리는 배트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제 빌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파란색이 되어 버렸다. 새들이 빌리를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고 빌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깊고 검푸른 어두운 밤 빌리는 친구들을 따라 끝없이 걸어갔다. 언덕
꼭대기에 오르니 때마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빌리는 이 세상에 아름다운 색깔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배트는 축축하고 어두운 멋진 동굴에서 오랫동안 푹 겨울잠을 자고 돌아왔다. 이제 빌리의 세계는 다시 세상의 모든 색으로 넘쳐났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슬픔, 우울, 좌절, 분노, 질투, 공포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며 최대한 긍정적이며 밝은 감정을 가지를 바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없고 그러한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시급 한 지도 모르겠다.
우선 슬픔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슬픔은 기쁨의 반대가 아니며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소중한 사람과 헤어졌다는 이유로
슬픔에 빠진 빌리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슬픔은 인간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감정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슬픔이라는 감정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거나 제어할 필요는 없다. 상실의 슬픔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가 없다. 이별이 오면 사랑한 만큼 슬픔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에 빠지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슬픔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눈물도 흐리지 않고 슬프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깊은 슬픔에 잠기면 오히려 눈물샘이
말라버리는지도 모른다.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 태연한
얼굴로 길을 걸어가는 무수한 군중 속에도 분명 슬픔을 간직한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가슴 속에서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고 있다. 눈물은 반드시 두 빰에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다. 진실로
강한 사람은 슬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견디면서 한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이별하는 날이 언젠가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로 이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