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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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이 책은 조현병으로 작은 아들을 보내고 10년 만에 써내려간 조현병 환자인 두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변론이다. 조현병 을 검색하면 Schizophrenia 이라고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정신분열병이라고 나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조현병을 ‘attunement disorder’라고 표기 하기로 공식적으로 합의가 되었다.

정신분열병 과 조현병의 차이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조현(調絃)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병으로 인한 정신의 부조화를 치료를 통해 조화롭게 하면  좋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뇌신경망의 이상에서 발병하는 조현병의 특성상 뇌신경망이 느슨하거나 단단하지 않고 적절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어 정신분열병이라는 병명에서 비롯된 편견을 바로잡고 인식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조현병은 만성적이고 치료가 안 되는 뇌의 질병으로 알려져 있고 그 원인은 부분적으로는 유전적 돌연변이, 또 부분적으로는 외적 경험, 다시 말해 환경적경험에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힌 원인을 발견하거나 구체적인 치료법을 찾는 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조현병은 인간의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큰 두려움을 자아내는 병으로, 100명 중 평균 한 사람 이상에게 나타난다. 정신분열병이라는 병명은 조현병과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분열정동장애와 거의 동의라고 할 수 있다. 정신분열병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흔한 병이며 그 어떤 병보다 가정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병이다. 우리나라에도 약 50만 명 정도가 현재 정신분열병 환자이거나 앞으로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그들의 가족을 4명씩으로 계산하면 적어도 2백만 명 이상이 정신분열병으로 인해 막대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신분열병으로 불린 조현병은 병명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두려워 환자들이 진료를 꺼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저자인 론 파워스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저널리스트이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었고 모두 조현병을 앓았다. 그 중 막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였다. 그런 그가 절대로 조현병 관련 책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지만 10년만에 다시금 집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작은 아들이 21번째 생일날 목숨을 끊고 5년 후 첫째 아들도 조현병 증상이 발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히 저자의 두 아들에 관한 이야기로만 되어 있지 않다. 인류가 조현병,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해왔는지를 훑어줌과 동시에 두 아들의 인생 이야기를 같이 들려주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막연하게 느껴지던 조현병이 우리의 일상에 아주 밀접하게 있다는 사실을 상기 시켜 주는 듯 하다.  

우리는 쉽게 정신병자, 천지, 또라이, 얼간이, 별짜, 분열병자, 사이코, 괴물, 저능아, 미치광이, 미친놈, 꼴통, 괴짜 라는 말로 정신질환자들을 부른다. 미친 사람은 광대와 악마 사이의 어떤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WTO(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인구 중 1/4은 살아가는 동안 모종의 정신질환을 경험한다고 추정한다. 이들 중 2/3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턱대고 치료를 거부한다.

조현병은 정신의 이성적 처리 과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정신 건강에서 조현병이 차지하는 위치는 육체건강에서 암이 차지하는 위치와 같다. 타의 추정을 불허하는 약탈자이자 여간해서는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조현병이라는 병의 서글픈 의학적 진실을 인정하며 그 병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 또한 대부분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신이나 천사의 목소리를 들려준다거나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성시나 부인은 여전히 광기를 해석하는 막강하고 영향력 있는 수단으로 남아 있고, 우리는 여전히 정신질환자들을 악마시한다. 악마시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여전히 이어지는 방식이며, 어쩌면 이 방식은 오늘날에 가장 위세를 떨치며 책임을 면제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시대, 이 나라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우리의 공포 때문에 고통 당하고 죽어간다.

정신이상의 원인을 확실하게 진단하기란 어렵지만, 정신이상의 강도가 스트레스 정도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점점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가장 공통된 자극은 바로 도시 생활이고, 이는 산업혁명 이후 특히 더 심해졌다. 도시 생활의 강렬함이 조현병 및 관련 정신질환의 급증에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우생학(優生學, eugenics)은 인종 학살 시도만큼 노골적인 방식은 아닐지라도, 생식기의 불임화나 뇌엽절제, 거세, 방임에 의한 살인 등의 방식으로 전후에도 계속 번성했다. 우생학이야말로 진화론을 만든 다윈의 고종사촌인 아마추어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의 논문이 나온 이래 100년 동안 정신이상자와 정신이상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향한 가장 노골적인 모욕일 것이다. 우생학은 오늘날에도 실행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도 유용한 의학 연구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기도 한다. 인간은 역사상 처음으로 당연한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맹목적인 결정론적 힘들의 구현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상처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시작을 한다. 우리가 눈 감고 귀를 막고 있던 엄연한 사실과 현상, 현실에 대해 직면하게 함으로써 그 동안 너무나 많은 이들이 피해 속에서 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이 아려올 수 밖에 없다. 장애로 인식 되는 것도 불과 얼마 전 이야기지만 그 전까지 인간으로써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당연하게 박탈 당하고 그것을 유린하는 것을 정당화 하는 수 많은 이들의 가설과 비과학이 난무했던 사실에 몸서리치게 만들어 진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헌신해온 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깊은 상처가 되고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두면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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