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권정생-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안동 ‘톳제비’

이 책은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권정생표 도깨비 이야기이다. 도깨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섭게 생긴 모양과 인간을 괴롭히는 것을 상상하기 쉽지만 그러한 도깨비의 형상과 이미지는 일제시대 일본이 심겨놓은 것이라도 한다. 한국의 도깨비는 친근하고 친숙하고 사람과 어울려 놀고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 했다고 한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작가의 대표작은 역시 ‘강아지똥’ 일 것이다. 그 밖에도 유명한 ‘엄마 까투리’를 비롯한 다수의 동화 책과 소년소설인 ‘몽실언니’ 그리고 산문집인 ‘우리들의 하느님’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하였다. 그의 책 중 대표작 중 하나인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안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도깨비(톳제비)를 주제로 하고 있다.

만구 아저씨는 기분이 썩 좋았다. 장날 고추 한 부대를 팔아 막걸리를 한잔 마셨기 때문이다. 빈 부대에는 소고삐로 쓸 밧줄과 검정 고무신 한 켤레, 아주머니의 통치마 하나, 간 고등어 한 손을 사서 넣었다. 허름한 잠바 호주머니에 든 낡은 지갑에는 고추 판 돈이 제법 두툼하게 남았다.

아저씨는 구불구불한 달구지 길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골길을 혼자서 걸어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는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시간 삼거리 모퉁이 골짜기에서 갑자기 아랫배가 뿌듯해졌다. 똥이 마려운 아저씨는 걸음을 멈추고 곰바위 골짜기 우묵한 곳에 들어가 똥 한 무더기를 누고 나니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다. 마른 떡갈나무 잎사귀를 따서 뒤를 쓱쓱 닦았다. 그런데 그때 만구 아저씨는 잠바 호주머니에 든 비닐 지갑이 슬쩍 빠져나가는 것을 몰랐다. 과연 만구 아저씨는 지갑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만구 아저씨의 까만 지갑은 똥 무더기 옆에 떨어진 채 남아 있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자 아저씨는 잠바 호주머니를 뒤졌다. 샅샅이 다 뒤져도 지갑은 없었다. 곰바위 골짜기엔 옛날 옛날부터 톳제비(도깨비의 경상도 방언)가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손자 톳제비 모두 모여 살았다.

톳제비들은 고요한 밤이 되니 저희들 세상인 양 골짜기 안에서 줄줄이 뛰어나왔다.

톳제비는 똥 무더기 옆에 있는 까만 지갑에 있던 물건을 보고 나서 똥을 누가 누었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갑 속에 있는 하얀 종이의 행방을 몰라 코를 푸는 것인지 똥을 닦는 것인지 헷갈려 했다. 손자 톳제비(도깨비)는 똥 닦는 줄 알고 자신의 똥 구멍에 잠시 갖다 대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버지 톳제비는 그것이 금과 은처럼 인간 세상에서 쓰는 유용한 물건 임을 알고 있었다.

톳제비는 가만히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고 다음날 만구 아저씨는 아줌마와 함께 지갑을 찾는다. 하지만 지갑에서는 알 수 없는 똥 냄새가 난다. 그래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 돈을 잘 모아서 송아지를 살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과 줄거리는 단순 하지만 안동 지역의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톳제비 라는 방언과 간고등어와 같은 특산물이 눈에 띈다. 또한 도깨비들이 인간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 또한 지켜보면서 끝이 나는 책은 묘한 여운을 주는 듯 하다.